'공정수당' 논란

입력
2022.01.1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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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2차 총파업대회'에서 참여자들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2차 총파업대회'에서 참여자들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에 대한 보상임금인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민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처음으로 공개한 비정규직 공약이다. 지난해 경기도와 소속기관이 직접고용한 기간제 1,792명에게 추가로 기본급 5~10% 차등지급한 경기도 비정규직 공정수당(예산 18억 원)을 전국 단위로, 민간부문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고용의 불안정성과 높은 임금을 교환하는 방식이 공정하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정규직 절반을 조금 넘는 임금, 절반도 안 되는 유급휴가 등 비정규직의 차별문제를 개선하자는 게 공정수당의 일차적 목적이다. 이 후보는 여기에 “사용자 입장에서도 지속ㆍ상시적 업무에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을 쓰는 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사용자의 비정규직 사용 유인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 사용자가 공공기관인 공공부문에서는 단체장의 선의(善意)만으로도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 이해관계 조정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은 공정수당의 장점이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도 많다. 정규직보다 많은 임금을 주려면 비교가 가능한 정규직이 있어야 하는데 공공부문에서조차 비정규직과 노동생산성을 비교할 만한 정규직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비정규직 업무를 아예 분리시켜놓은 민간부문은 말할 것도 없다. 비정규직 남용 방지라는 의도와 달리 사용자에게는 돈만 주면 비정규직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남용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이 후보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수당은 정책의 지속가능성보다는 정책 대상자의 호응을 감각적으로 유도하려 내놓은 공약이라는 느낌이다. 당장 민주노총에서도 “이재명식 공정수당은 비정규직의 저임금도 불안정도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조정능력 부재, 낮은 현실정합성을 무시하고 강행한 정책이 의도와 무관하게 산으로 간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구호로서의 공정실현과 공정실현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은 많은 경우 일치하지 않는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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