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정보 주식' 美 연준 부의장 물러나…투자 논란 사임만 세번째

입력
2022.01.11 16:15
수정
2022.01.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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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연준 금리 인하 직전 주식 사고팔아
댈러스·보스턴 연은 총재에 이어 세 번째 조기 사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로이터 연합뉴스

내부 정보를 이용해 6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부적절하게 투자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 및 부동산 투자 논란에 휘말려 사임한 연준 이사진만 벌써 세 명째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클래리다 부의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발생한 자신의 주식 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2018년부터 연준 부의장을 맡아 온 클래리다 부의장 임기는 이달 31일까지다.

클래리다 부의장은 2020년 2월 28일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기 나흘 전인 24일 500만 달러(약 60억 원) 상당의 주식 펀드를 매도했다. 이후 그가 매도한 주식 가격이 하락하자 사흘 뒤인 27일 같은 펀드를 다시 사들였다.

이튿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고, 실제 연준은 그해 3월에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다. 연준의 부양조치에 주가는 크게 올랐다. 클래리다 부의장이 실제 얼마의 주가 차익을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클래리다 부의장은 해당 거래 내역을 연준에 보고하지 않았다. 거래 내역은 지난해 10월 연준 자체 조사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은행(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부적절한 투자 논란으로 조기 사임했다. 캐플런 총재는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주식에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 로젠그렌 총재도 부동산투자신탁 펀드와 화이자 등 개별 주식에 투자해 도덕성 문제가 논란이 됐다. 둘은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 사임했다.

연준 이사진들의 투기 논란이 잇따르면서 연준은 지난해 10월 주식과 펀드 등 금융 상품을 사거나 팔기 45일 전에 미리 통보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의 고위급 임원들 금융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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