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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이 얻은 피해자 개인정보, 구청 공무원이 흥신소에 줬다

입력
2022.01.10 17: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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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 업자 4단계 과정 거쳐 정보 거래
공무원은 '차적조회 권한' 이용 뇌물수수
2년여간 1101건 조회해 3954만 원 챙겨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전 여자친구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에게 피해자 가족 주소를 알려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된 흥신소 운영자가 지난달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전 여자친구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에게 피해자 가족 주소를 알려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된 흥신소 운영자가 지난달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에게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넘긴 흥신소 업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현직 구청 공무원이 2년 동안 수천만 원대 뇌물을 받으면서 개인정보를 넘긴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흥신소 업자는 5명에 달한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형사부(부장 이성범)는 10일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해 흥신소 업자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3,954만 원을 수수한 현직 공무원 A(40)씨와 흥신소 업자 직원 등 3명을 뇌물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석준에게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전달된 과정. 서울동부지검 제공

이석준에게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전달된 과정. 서울동부지검 제공

신변보호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에게 전달된 개인정보는 총 4단계 과정을 거쳤다. 이석준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알게 된 흥신소 업자 B(37)씨에게 50만 원을 주고 개인정보 파악을 의뢰했고, B씨는 다른 흥신소 업자 C(47)씨에게 13만 원을 주고 재차 의뢰했다. C씨는 또 D(40)씨에게 10만 원을 주고 파악을 의뢰했고, 마지막으로 D씨가 공무원 A씨에게 2만 원을 주면서 최종적으로 피해자 정보가 거래됐다.

공무원 A씨는 2년여간 흥신소 업자와 개인정보를 거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소와 차량정보 등 개인정보 1,101건을 조회해 흥신소 업자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3,954만 원을 수수했다. A씨는 텔레그램 고액 알바모집 광고 등을 보고, 도로점용 과태료 부과를 위해 부여된 차적조회 권한을 이용해 흥신소 업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매달 200만~300만 원가량을 수수했다. 구청에선 개인정보 및 차적 조회 권한 남용 방지 등 내부 통제시스템이 없었다.

검찰은 흥신소 업자들을 수사하던 중 이들 사이의 거래를 중개한 흥신소 직원 E(37)씨도 추가로 검거했다. E씨는 공무원 A씨에게 개인정보 제공 대가로 2,924만 원을 건넸으며, 다른 흥신소 업자들에게 개인정보 1,081건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신소 업자들은 대포폰과 텔레그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거래하고, 대포 통장을 통해 돈을 송금받는 식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협력해 개인정보 유출 범행 등 국민에게 심대한 피해를 주는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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