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부담

입력
2022.01.09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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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스타벅스는 원두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오는 13일부터 46종의 음료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할 예정이다. 뉴시스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스타벅스는 원두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오는 13일부터 46종의 음료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할 예정이다. 뉴시스

스트레스 많은 한국인이 커피 없이 하루를 버티긴 힘들다. 커피(coffee)의 어원이 ‘힘’과 ‘술’을 뜻하는 아랍어 카와(Kahwa)에서 왔다는 설도 있는 것처럼, 커피는 작은 행복과 원기를 북돋는 마법의 약이다. 2016년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77잔으로 추산됐다. 이젠 500잔도 넘을지 모른다. 커피는 ‘국민음료’다.

□ 국내 1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코리아가 13일부터 아메리카노 가격을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한다.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 봉지커피 시대를 연 동서식품도 맥심 모카골드 등 가격을 평균 7.3% 올리기로 했다. 업체들은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했고, 코로나19로 물류비도 늘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실제로 원두 값은 2020년 말 파운드당 110센트(아라비카 기준)에서 지난달엔 230센트로 상승했다.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의 가뭄과 한파가 영향을 미쳤다.

□ 새해 벽두부터 물가 인상으로 주름이 깊어진 소비자 입장에선 달가울 수 없다. 하루 400원이라지만 1년이면 15만 원이다. 국제 원두 가격이 장기 하락할 땐 아무 말 없었던 업체들이 가격이 오르자 재빨리 인상에 나선 것도 유감이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원두 가격은 10여 년간 계속 떨어졌다. 2011년 210센트에서 2014년 150센트, 2019년 100센트까지 추락했다. 커피나무를 불사를 정도로 공급 과잉이 문제였다. 왜 소비자 가격도 연동해 내리지 않느냐고 하면 업체들은 “원두는 원가 비중이 크지 않다”고 변명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 최근 ‘대체커피’가 관심사다. 치커리 뿌리나 대추씨, 포도 껍질 등에서 뽑아낸 분자 성분으로 만드는데 맛과 향은 기존 커피와 거의 같다고 한다.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 간 공정 무역 문제와 커피나무 재배 과정의 농약 사용을 줄일지 기대된다. 스타벅스 본고장인 미 시애틀에서 대체커피 스타트업 아토모(Atomo)가 나온 것도 흥미롭다. 중독성이 강한 커피의 특성상 가격이 올랐다고 소비가 줄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혁신과 변화도 촉발한다. 커피 시장이 또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동서식품이 오는 14일부터 맥심ㆍ카누 등 커피 제품 가격을 평균 7.3% 인상한다.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커피 진열대. 연합뉴스

동서식품이 오는 14일부터 맥심ㆍ카누 등 커피 제품 가격을 평균 7.3% 인상한다. 7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커피 진열대. 연합뉴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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