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 어디로?

입력
2022.01.07 18:00
22면

국민의힘 내홍 와중에 지지율 상승
설 전후 단일화 큰판 벌어질 수도
유권자 부채의식 영향 미칠지 주목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남양주시 동물보호단체 위액트 남양주 대피소에서 '안철수를 팝니다' 철수마켓의 일환으로 구조된 강아지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남양주시 동물보호단체 위액트 남양주 대피소에서 '안철수를 팝니다' 철수마켓의 일환으로 구조된 강아지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시 안철수 바람이다. 연초 10%를 밑돌던 지지율이 최근 20%를 육박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재명-윤석열 양강구도에 묻혔던 존재감이 국민의힘 내홍을 기회로 부각되면서 두 달 남은 선거판도의 변수가 되는 분위기다.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 세 번의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돌풍과 부침을 거듭했던 안철수의 새 정치 바람이 이번에는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바람의 강도는 둘째치고 훈풍이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갤럽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의 호감도가 이재명(36%)과 윤석열(25%)을 제치고 3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어떤 조사에서도 비호감도는 안철수가 가장 낮다. 가뜩이나 찍을 후보가 없다는 비호감 대선에서 안철수의 높은 호감도는 중도ㆍ부동층의 표심을 자극할 충분한 요인이다.

공교롭게도 바람은 윤석열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연말연시 양강 지지율 역전은 이재명 후보 말처럼 윤석열 하락에 따른 ‘데드크로스’ 성격이 크다. 이재명 상승폭에 비해 윤석열 하락폭이 크다는 것인데, 눈에 띄는 대목은 윤석열 하락분을 안철수가 잠식했다는 점이다. 최근 지지율 상승도 윤석열에게 실망한 중도ㆍ보수의 일시적 변심 탓이 크다. 국민의힘 내홍의 반사이익인 셈인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보완적 상관관계를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 변수 속에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안철수 바람의 지속 여부와 윤석열의 재상승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안철수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하락하고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내홍 이전의 지지율을 회복한다면 단일화 요구는 소멸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내홍을 수습하고 단기간에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당장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손을 잡고 갈등을 봉합한 이후에도 불안한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맥주회동과 한 달 전 울산회동처럼 세 번째 재결합도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도리어 많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기간 중에 또다시 리더십 변고가 생긴다면 후보 단일화를 넘어 후보 교체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 이전 보름 동안 지지율 변화가 후보 단일화의 최대 변수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에서 안철수가 이길 가능성은 글쎄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래 2012년 18대 대선과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까지 양보와 패배의 연속이었던 전력에 비춰보면 부정적 전망이 불가피하다. 지지율 5%에 불과한 국민의당 조직으로 거대정당 세력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과거 대선의 후보 단일화에서도 조직과 세력이 승부를 갈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 전체 입장에서는 중도층에 기반한 안철수 가치가 절실하다. 예상대로 대선이 지지층 대결로 흐른다면 중도ㆍ부동층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에서는 다소 식상하지만 2030세대의 새 정치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후보 단일화 논의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대선에서 정치인에 대한 부채의식이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대중ㆍ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화 헌신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 노력,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의 비극 등 우리 정치사에서 유권자의 부채의식이 대선 승부에 작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안철수 후보 또한 선택의 고비고비에서 후보를 양보하면서 이쪽저쪽 진영에 여러 차례 부채의식을 남겼다. 안철수의 양보와 패배를 마냥 ‘철수 정치’라고 폄훼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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