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는 걸어라'...프랑스 정부 "차 광고에 꼭 넣어야"

입력
2022.01.06 17:20
수정
2022.01.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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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자동차 광고 새 규제안 마련
친환경 문구·이산화탄소 배출 등급 의무 표기
일부 업체 "자동차 공해 주범으로 낙인" 불만도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르노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신차들이 운송차량에 실려 나오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르노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신차들이 운송차량에 실려 나오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단거리는 걸으세요.’, ‘동승(同乘)하세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오는 3월부터 프랑스에선 자동차 광고에 이 세 가지 문구 중 하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자동차 판매 광고에 사람들이 친환경 교통수단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문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새 광고 규정을 확정했다. 3월부터 시행되는 새 규정은 인쇄 광고뿐 아니라 라디오와 TV, 극장과 인터넷 및 대형 스크린 등 영상 광고에도 적용된다. 또 광고에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등급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약 5만6,000달러(약 6,7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바바라 퐁필리 프랑스 환경부 장관은 “자동차업계의 친환경 정책이 전기차 생산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며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장려하는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는 프랑스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가스가 자동차를 포함한 운송수단에서 주로 배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유럽연합(EU) 산하 유럽환경청은 EU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25%가 운송수단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자동차로 1㎞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158g으로, 기차(14g)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운송수단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3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은 자가용에서 발생한다.

자동차업체들은 일단 새 규정에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와 독일 폴크스바겐은 “무공해 운송이 미래다”며 관련 규정을 준수할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동차를 공해 주범으로 낙인찍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현지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자동차는 (연기를 쏟아내는) 담배가 아니다”라며 “규정 취지는 좋지만 자동차를 공해 주범으로 낙인찍어 운전자들에게 기후변화 책임을 떠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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