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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난입 사태 1년...단죄는 더디고, 나라는 쪼개졌다

입력
2022.01.07 00:28
수정
2022.01.07 00: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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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 의사당 난입 1년
바이든 대통령, 6일 대국민 연설...트럼프도 맞불
1·6 사태 트럼프 책임론 55% 그쳐...美 사회 균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난입했다. 2020년 대선 결과 승인 절차를 막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지지하던 시위대는 의사당 회의장과 하원의장실 등을 유린했다. 1776년 건국 후 245년간 미국 민주주의 상징으로 자리했던 의사당이 난장판이 되는 상황은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됐다.

난입 과정에서 의회경찰을 비롯해 5명이 숨졌다. 대대적인 수사와 의회 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명확한 책임 추궁은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 사회 대립은 극심해졌고 ‘사실상 내전 상태’라는 암울한 분석마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의사당 난입 사태 1년을 맞아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의사당 난입 사태 1년을 맞아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바이든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거짓말 퍼뜨려"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1년을 맞아 대국민연설에 나섰다. 그는 의사당에서 25분간 진행한 연설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을 뺀 '전직 대통령'으로 호칭하며 1·6 사태 선동과 대선 결과 불복 행태에 맹공을 가했다. "전직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관한 거짓말의 그물망을 만들어 퍼뜨려 왔다", "(그에게는) 우리 민주주의나 헌법보다 상처 받은 자존심이 중요했다" "폭도들이 (의사당으로) 달려가도록 했다" 등의 거친 표현을 썼다.

1·6 사태에 가담했던 트럼프 지지자를 향해서는 "폭도들이 미국의 목에 단검을 겨누었다"며 "무장 반란"이라고 비판했다. 또 "1월 6일은 민주주의의 끝이 아니라 자유와 공정한 경기 부활의 시작"이라며 단합도 호소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초 같은 날 플로리다주(州)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주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일 갑자기 회견을 취소했고 오는 15일 애리조나 집회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대신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나서 바이든 대통령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고 백악관이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인단 인증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인단 인증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700명 넘게 체포·기소...의회 조사도 진행

1ㆍ6 사태 단죄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메릭 갤런드 미 법무장관은 5일 연설에서 “1월 6일 공격 당시 행위를 토대로 워싱턴과 50개 주 전역에서 오늘까지 725명 이상을 체포하고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사람 중 325명에게는 경찰관 공격 등의 중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수사 당국은 의사당 난입 가담자 2,500명 정도가 연방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다. 그는 1ㆍ6 사태 직전 연설에서 대선 결과 불복을 주장하며 시위대의 의사당 이동을 선동했다. 사태 직후 하원에선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선 공화당 주도로 부결됐다. 물론 의사당 난입 선동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당시 사태로 피해를 본 경찰관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도 최소 4건이나 돼 민사상 책임도 져야 할 상황이다.

의회도 지난해 6월 민주당 주도로 특별위원회를 꾸려 진상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300명 넘는 증인 진술이 이뤄졌고 소환장도 50명 이상에게 발부됐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이 증언을 거부하고 공화당도 호응하지 않아 파괴력 있는 진전은 없었다.

미국인 10명 중 4명, 바이든 대선 승리 불인정

미국 여론은 분열돼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메릴랜드대의 지난해 말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1ㆍ6 사태 책임론을 인정하는 답변은 60%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92%가 그렇다고 했지만 공화당 지지자 중 책임론 인정은 27%에 불과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 모멘티브가 1~3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2020년 대선의 정당한 승자라고 인정하는 답변이 55%에 불과했다.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프레임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모멘티브 관계자는 “당파에 따른 분열이 여전하다”고 악시오스에 설명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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