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길이 ‘2인치’ 변화가 불러올 파장은

입력
2022.01.06 17:07
수정
2022.01.06 17: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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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이 2021년 11월 13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찰스 슈왑컵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필 미켈슨이 2021년 11월 13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찰스 슈왑컵 챔피언십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2인치(5.08㎝)’ 때문에 세계 골프 역사가 달라질 수 있을까.

미국의 골프 스타 필 미켈슨이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PGA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령 메이저 우승을 일군 배경에는 ‘비밀 병기’가 있었다. 47.9인치 길이의 롱 드라이버다. 역대 PGA챔피언십 대회 사상 가장 긴 전장 코스에서 미켈슨은 이 드라이버로 무려 366야드(334.67m) 장타를 날렸다.

전 세계 골프규칙을 주관하는 영국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올해부터 드라이버 전체 길이를 최대 48인치에서 46인치로 줄였다. 만약 이 규칙 변화가 한 해만 먼저 시행됐다면 미켈슨의 역대 최고령 메이저 우승 기록은 작성되지 못했을 수 있다.

고작 5㎝ 차이 때문에 거리가 크게 늘어날까?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존 맥피 교수와 연구팀은 평균적인 골퍼가 드라이버 길이를 46인치에서 48인치로 늘리면 비거리는 6야드, 44인치에서 46인치가 되면 10야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PGA 투어에 참여하는 선수 대부분의 드라이버 길이는 45인치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10야드(9.14m) 이상 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46인치 이상 드라이버는 분명 공을 멀리 보내는 데 유리하지만 대신 똑바로 치기 어렵다. 그래서 PGA 투어 선수 가운데 3%만이 46인치 이상 드라이버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미켈슨과 장타자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딜런 프리텔리(남아공) 등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48인치 드라이버의 그립을 2인치 가량 짧게 쥐고 샷을 한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4일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리조트에서 열리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섐보가 4일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리조트에서 열리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R&A와 USGA가 이처럼 드라이버 길이 제한에 나선 것은 골프가 단조로워져 흥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에서 나왔다. 선수들의 늘어난 비거리로 인해 더 긴 코스가 필요해지고 그로 인해 경기 시간이 길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디섐보는 400야드 가까운 장타로 파4홀에서 원온을 하거나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디섐보가 2020년 어마어마한 장타를 앞세워 US오픈을 정복하자 코스의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8,000야드 이상 코스가 필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이 조치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당장 피해를 보게 된 미켈슨은 “어리석고, 한심한 결정이다. 왜 골프를 재미 없게 만들려고 애쓰냐”고 트위터에 분통을 터뜨렸다. 세계 2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46인치 이상 드라이버를) 써봤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며 “누군가 48인치 샤프트로 정확한 샷을 한다면 그건 실력”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디섐보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골프채를 잡는 방법과 스윙하는 방법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PGA 투어와 LPGA 투어는 올해부터 곧바로 이 같은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올 시즌 2인치 짧아진 드라이버를 들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디섐보와 미켈슨, 헨더슨 등이 여전히 장타력을 과시할지도 골프 팬들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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