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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줄인다더니…검찰개혁 역행하는 '대선 직전' 승진 인사

입력
2022.01.06 12:00
수정
2022.01.06 18:5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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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으로 뒀던 광주·대전고검 차장 충원 예고
승진인사 시 검사장 이상 44명…정권 초 상회
잦은 검사장급 인사·승진자 대거 배출 지적도
검찰 내부 "조직 안정성 우려, 보은인사 의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직 인사를 예고하면서 검찰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검사장 승진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조치로 강조해온 '검사장급 축소'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정원법상 검사장급 이상 보직은 총 48자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 방침에 따라 외부 개방직으로 전환된 법무부 감찰관·법무실장·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범죄예방정책국장 보직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검사장급 이상 검찰 정원은 44자리로 볼 수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사장급인 광주·대전고검 차장 자리가 비어 있는데 전진 인사를 하고 싶다"며 "중대재해 관련 전문성이 있는 분을 발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공석인 두 자리에 승진 인사를 단행할 경우 검사장급 이상은 현재 42명에서 44명으로 늘어나게 돼, 2017년 현 정부 첫 검사장급 인사 당시 외부개방직을 제외하고 배치한 42명보다 많아진다.

검사장급 이상 보직은 노무현 정부 당시 승진 적체 해소를 명목으로 13자리를 늘려 53자리로 대폭 증가했고,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최대 56자리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개혁 일환으로 49자리로 줄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44자리로 감축했다. 2019년에는 39명까지 줄기도 했다.

정부는 검사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차장급으로 내리고, 법무부에 비(非)검찰 인사를 늘리는 한편, 직제개편으로 대검 인권부를 폐지하는 등 검사장 자리를 꾸준히 줄였다. 특히 고검 차장은 검사장급 감축 차원에서 일부러 인사를 내지 않고 비워 뒀다. 대전고검 차장은 2019년 7월 한 차례 인사를 제외하고는 현 정부 출범 후 공석이었고, 광주고검 차장 또한 2020년 1월부터 빈 자리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임기 후반부로 올수록, 검사장 감축 기조와 달리 잦은 인사와 기수 파괴를 통해 대거 승진자를 배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8차례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서 신규 승진자는 57명에 달했다. 박범계 장관 공언대로 조만간 마지막 검사장 인사가 단행돼 2명이 추가로 승진할 경우 59명으로 늘어난다.

역대 정권 검사장 승진자 수. 그래픽=박구원 기자

역대 정권 검사장 승진자 수.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국일보가 과거 5개 정부 검찰 인사를 분석한 결과, 신규 검사장 승진자는 △김영삼 정부 35명 △김대중 정부 39명 △노무현 정부 60명 △이명박 정부 58명 △박근혜 정부 35명(국정농단 사태로 4차례 인사)으로 집계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5개 정부와 비교해 두 번째로 많은 검사장 승진자를 배출한 정권으로 기록되는 셈이다.

특히 박범계 장관이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검사장급 인사를 늘리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 '자기 사람을 챙기기 위한 막무가내 인사 아니겠느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부터 검사장 승진 대상으로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서울중앙지검 진재선 3차장과 김태훈 4차장, 박은정 성남지청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결국 검사장 정원을 다 채우는 것 아니냐"라며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고 통상적인 인사 패턴과도 결이 다른 인사를 강행하려는 것을 보면 '보은인사'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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