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날

입력
2021.12.30 19:00
수정
2021.12.30 19:09
25면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 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미국의 대표적 무장 지상로봇 SPUR. 출처 Ghost Robotics.

미국의 대표적 무장 지상로봇 SPUR. 출처 Ghost Robotics.

화약과 핵무기의 등장에 버금가는 ‘로봇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상, 수중 및 공중에서 군사로봇의 발달과 확산은 인간의 폭력에 대한 독점을 와해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예멘, 시리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 전쟁에서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처럼 군사 분야에서 로봇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과연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로봇이라고 하면 대체로 인간과 비슷한 모양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떠올린다. 실제 로봇이란 사람이나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면서 행동을 실행하는 기계이다. 군사 분야에서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무인무기체계를 로봇으로 간주한다. 킬러로봇은 자율살상무기와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 로봇은 공중의 드론, 지상의 무인차량, 해상의 무인 잠수정과 무인 수상정 등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지상로봇을 보유하지 않았으나 2008년에는 1만2,000기의 지상로봇을 운용하였다. 이처럼 각국은 지상로봇의 하나인 무인 지상차량(UGV)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호주 육군의 지상로봇 운용 작전 모습. 출처 The Australian Army

호주 육군의 지상로봇 운용 작전 모습. 출처 The Australian Army

무인 지상차량은 정보 수집, 작전 지원(장비, 보급품, 부상자 등 수송), 지뢰 제거, 무기 사용 등의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무장로봇은 기관총, 카메라, 센서 등을 장착하고 있다. 지상로봇은 일부 자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인간에 의해 원격으로 조종된다. 지상로봇은 험준한 지형에서도 잘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무장 지상로봇인 미국의 로봇독 SPUR, 이스라엘의 REX-MKII 등은 소총이나 기관총을 장착하고 있으며 인근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차세대 전투차량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M-2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량을 교체하려는 의도이다. 병력이 탑승하지만 차량이 제한된 자율성을 지니고 스스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원격으로 조정되는 무인 전투차량도 개발할 예정이며, 차세대 전투차량을 호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러시아도 지상로봇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30년까지 30%의 전투력을 원격조종 로봇으로 구성하려 한다. 러시아는 최첨단 원격조종장치를 탑재한 비크르 무인 지상 전투차량과 우란-9 소형 로봇탱크를 개발했다. 우란-9은 2018년 시리아에서 지뢰 제거와 병력 보호 작전에 투입되었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도 첨단 무인체계를 개발해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지상로봇이 지원하는 경우 소수의 병력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단위 병력의 전투력이 크게 증가한다. 로봇의 지원으로 미 육군의 여단 규모가 4,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었다는 발표가 존재하며, 이 경우에도 감원으로 인한 부대의 전투력은 저하되지 않았다. 로봇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 병력은 위험에 덜 노출되고 사망자 수도 감소할 것이다. 지상로봇은 국가의 지상전력을 배가시키고 지상전의 양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로봇이 무기 사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경우 무고한 민간인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기계의 자율성에 대한 인간의 통제가 필수적이다. 로봇은 인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뿐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로봇은 인간의 직관적 판단과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을 따라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킹 등 기술적 방해로 인해 로봇이 작동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자율살상무기, 즉 군사로봇에 대한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간의 생살여탈권을 로봇에 위탁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군사로봇의 가공할 위력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이스라엘 등은 군사로봇 금지 논의에 매우 소극적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기체계에 대한 선제적 금지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군사로봇 통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군사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때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군사로봇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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