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만 98명…‘10년 무정부’ 리비아 대선 한 달 연기

입력
2021.12.23 17:10
수정
2021.12.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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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아들, 리비아국민군 사령관, 의회 의장 등
후보 자격·선거 규정 논란 계속돼
국제사회 "대선 연기로 혼란 가중" 우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독재자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맨 오른쪽)가 지난달 14일 리비아 서부 사바에서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고 있다. 사바=AP 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독재자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맨 오른쪽)가 지난달 14일 리비아 서부 사바에서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고 있다. 사바=AP 연합뉴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10년간 무정부 상태인 리비아에서 24일(현지시간)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통령 선거가 돌연 연기됐다. 혼란이 지속되면서 국제사회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성명에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다수의 후보자를 배제한 것과 관련해 위원회의 결정이 옳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선거와 관련한 여러 분쟁의 소지가 많아 24일 예정된 선거를 한 달 뒤인 내년 1월 24일로 연기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리비아는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10년간 내전과 혼란이 지속돼 왔다. 유전지대를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은 정부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내전을 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주재로 양측이 휴전 협정을 맺으면서 올해 3월 임시통합정부가 출범해 국가 정상화를 위해 24일 대선을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 칼리파 하프타르 LNA 사령관, 압둘 드베이바 임시정부 총리, 아길라 살레 의회 의장 등 98명이나 되는 후보가 난립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아들 카다피는 2011년 당시 대량 학살 등에 가담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 수배 대상에 올랐으며, 하프타르 LNA 사령관도 미 당국으로부터 전쟁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후보들의 자격 논란도 거세다. 후보 자격과 선거 규정 등 선거법도 확정되지 않았다.

선거가 연기되면서 국제사회는 우려를 쏟아냈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랜 기간 리비아 전역의 안보 긴장 상태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선거 개최를 위한 모든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해결하고 신속하게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서방 외교관은 “대선이 연기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대선이 연기되면서 혼란은 더 가중됐고, 순조로운 정권교체 역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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