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제2의 ‘기생충’ 될까… 비영어권 최초 미 골든글로브 후보

입력
2021.12.14 18:21
수정
2021.12.14 18: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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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TV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또다시 한국 드라마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드라마는 물론이고 비영어권 국가의 작품이 골든글로브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건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다. 작품상 외에 배우 이정재와 오영수는 각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는 지난해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미국영화인 이 작품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려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내달 열리는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를 발표하며 주요 3개 부문 후보에 ‘오징어 게임’을 올렸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TV와 영화 부문을 나눠서 시상하고 TV는 다시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등으로 나눠서 시상한다. ‘오징어 게임’은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 후보에 지명됐다.

작품상은 '더 모닝쇼'(애플TV플러스), '포즈'(FX), '뤼팽'(넷플릭스), '석세션'(HBO/HBO MAX)과 경쟁하고, 주연배우 이정재는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와 제러미 스트롱, '포즈'의 빌리 포터, '뤼팽'의 오마 사이가와 경합한다. 일남 역의 오영수는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석세션'의 키에란 컬킨, '더 모닝쇼'의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과 함께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의 양대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HFPA 투표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지금까지 비영어권 작품을 작품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올린 적이 없을 만큼 아카데미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골든글로브에선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쳤고,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인지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결과와 상관없이 ‘오징어 게임’은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오징어 게임’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한국 작품이지만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가 제작해서다. 버라이어티는 “TV시리즈의 경쟁이 지금껏 가장 치열했던 올해, ‘오징어 게임’은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고 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최근 미국 고섬 어워즈와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수상한 바 있다.

후보작들의 뜨거운 경쟁과 달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대한 미국 내 시선은 싸늘하다. 올 초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보도로 HFPA 부정·부패 스캔들이 터진 뒤 미국 영화·방송업체와 홍보사 100여 곳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TV 방송사는 이날 후보 발표를 방송하지 않았고, 매년 시상식을 생중계해 온 NBC는 내년 1월 9일 예정된 시상식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톰 크루즈는 자신이 받은 트로피 3개를 반납했다.

궁지에 몰린 HFPA는 다각도로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시상식이 정상적으로 개최될지는 불투명하다. HFPA는 단 한 명도 없었던 흑인 회원을 6명 영입했고 여러 규정을 뜯어고쳤다. 헬렌 호니 HFPA 회장은 “변화와 성찰의 한 해였다”면서 “지난 8개월 동안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내규를 변경하고 거버넌스를 재구성하는 등 쉬지 않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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