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中 헝다 '제한적 디폴트'"... 해외 채권자 손실 수면 위로

입력
2021.12.0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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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성명 통해 "헝다, 이자 지급 여부 확인 응답 안해...
지급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등급 강등" 밝혀

중국 상하이의 헝다센터 빌딩 전경. 상하이=AFP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헝다센터 빌딩 전경. 상하이=AFP 연합뉴스


중국 최대 규모 부동산 기업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이 공식화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헝다를 ‘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하면서다. 그간 시장에서 헝다의 디폴트는 충분히 예상되어 왔던 상황이지만 해외 채권자들의 손실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치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헝다가 8,250만 달러(약 976억원)의 채권 이자 지급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자사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경우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며 헝다의 등급을 낮춘다고 밝혔다. 헝다는 지난 6일까지 반드시 지급했어야 할 달러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디폴트 상태에 빠진 상태였지만 그간 헝다나 채권 보유인,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공식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헝다를 가장 먼저 ‘제한적 디폴트’로 분류함에 따라 이제 국제 시장에서 헝다의 디폴트는 공식화한 셈이다. 피치의 정의에 따르면 ‘제한적 디폴트’는 채권 발행자가 채무 불이행을 했지만 파산 신청 같은 회수 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해당 회사가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헝다의 디폴트는 시장에서 충분히 예고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헝다는 지난 3일 밤 홍콩증권거래소 야간 공시를 통해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 보증 이행 의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디폴트를 예고했다. 직후 인민은행 등 중국 금융 당국은 성명을 발표해 헝다 사태를 ‘개별 사건’으로 규정하고 자국의 전체 부동산 산업이나 전체 경제 시스템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파장 축소에 나섰다. 헝다가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 채권 규모는 총 192억 달러(약 22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태 진전은 쉬자인이 설립한 부동산 제국의 종말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이제 남은 자산을 누가 받아갈 것인지를 두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고 내다 봤다. 중국 정부가 당장 헝다 구제에 나서지 않고 시장 원리에 따라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160만명에 달하는 주택 수분양자 등 자국 채권자 구제에 가장 주력할 것으로 보여 해외 채권자들이 가장 큰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6월 말 기준 헝다의 총부채는 약 2조 위안(약 364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중국 내 채무이며 역외 채권 규모는 이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는 “헝다 채권 보유인들은 역외 채권 보유인이 상환 줄의 가장 뒤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중국 정부는 사회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경우에서는 주택 수분양자, (건설현장) 노동자, (헝다 관련) 투자상품 개인 투자자 등이 우선권을 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한편 피치는 이번 채무불이행이 ‘디폴트 사건’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헝다의 다른 달러 채권이 즉각 만기가 도래한 것으로 간주되며 해당 채권 보유인의 25%가 상환을 요구하면 헝다가 이에 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헝다의 헝다의 달러채권 연쇄 디폴트가 발생했다는 의미이면서 헝다가 향후 채무를 상환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헝다 디폴트 공식화는 부동산 섹터의 부채 위기가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도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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