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심근염, 백신 맞아서보다 코로나19 걸려 앓을 확률 높아"

입력
2021.12.08 13:10
수정
2021.12.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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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백신 미접종자 입원율이 접종자 10배
자신도 중고생 세 아이 아빠... 셋 다 예방접종 시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년 2월 도입되는 소아·청소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패스에 대한 학부모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고육책이지만 일단 (청소년) 예방접종률을 올려야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접종 후유증 위험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심근염 발생 우려가 더 크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 미접종자에서 입원율이 접종자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아·청소년 접종률 캐나다 80% 한국 32.5%

7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현황. 질병관리청 제공

7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현황. 질병관리청 제공


국내 소아·청소년의 백신접종률 완료율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이재갑 교수는 "미국은 10~17세만 보더라도 60%에 육박하게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 옆 일본도 소아·청소년 접종이 60%를 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12세 이상의 추가접종(부스터샷)도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어른보다 먼저 아이들 접종을 시작했다'는 진행자의 말에 이 교수는 "10~17세 접종이 거의 80%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답했다.

반면 국내 12~17세 백신접종 완료율은 7일 0시 기준 32.5%에 불과하다. 소아·청소년 백신접종이 시작됐을 때 정부가 '학부모 자율접종'을 강조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백신 맞은 학생들의 비율이 공개될 경우 자칫 접종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애초에는 학생들의 백신접종률조차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치솟고 소아·청소년 비율마저 증가한 최근에는 백신 수요를 조사하고, 백신패스 적용까지 발표해 학생·학부모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백신보다 확진 후유증이 훨씬 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안정적 전면 등교 및 소아·청소년(12~17세) 접종 참여 확대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 및 백신 접종률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안정적 전면 등교 및 소아·청소년(12~17세) 접종 참여 확대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 및 백신 접종률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접종 후유증에 대해서는 대규모 소아·청소년 접종을 시행한 미국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미국 통계를 보면 16~17세에서 제일 (심근염) 빈도가 높다. 10만 명당 50~60명 나오는데 15세 미만부터 반 정도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심근염이 발생했을 때도 백신 후유증의 경우 대부분 5일에서 7일 사이 심장 기능이 회복됐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40만 명 넘게 백신을 맞은 고3 학생들의 경우 심근염이 15명 정도 발생했지만, 지금은 모두 회복됐다. 이 교수는 "12~17세 백신의 후유증은 15건 신고돼 현재 조사 중이지만 심근염에 의한 사망 사례는 국내 발생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도 백신을 맞지 않고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후유증이 더 우려스럽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코로나에 걸린 소아·청소년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이 발생한다고 얘기를 들으셨을 것"이라며 "미국은 꽤 발생했는데, 그 자체가 심장에 침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런 경우 백신에 의한 것보다 훨씬 더 치료기간도 오래 걸리고 또한 심장 기능이 회복되는 데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백신패스는 고육책

청소년 방역 패스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청소년 백신패스'를 주제로 토의하고 있다. 뉴시스

청소년 방역 패스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청소년 백신패스'를 주제로 토의하고 있다. 뉴시스


백신접종률이 낮은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교수는 "10~17세 입원율이 델타변이 확산 이후 중증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미접종자 입원율이 접종자보다 10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패스는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는 결론이다. 이 교수는 "델타뿐만 아니라 오미크론까지 유입될 상황이고 소아·청소년 확진 규모, 중증 환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너무 높은 상황이라 이런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일단 예방접종을 올려야 하는 아주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 자신은 자녀 백신 접종을 시켰을까. 그는 "저도 아들 셋의 아빠"라며 "중학생 고등학생 저희 아이들도 다 예방접종 시켰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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