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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만 가린 이름, 거주지역… 신변보호자 정보, 검색하니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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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성범죄 피해 등으로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는 이들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정부 운영 사이트에 다수 노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글자만 가린 실명이나 관할 경찰서, 주거지 이전 여부, 순찰 계획 등 피해자 신변이 드러날 수 있는 민감한 내용들이다. 이런 정보를 습득한 가해자가 경찰 보호망을 우회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최근 교제살인 사건에서 보듯이 피해자의 경찰 신고 사실에 보복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는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경찰이 게시한 신변보호 조치 관련 문건 가운데 최소 1,470건이 한두 글자만 가려진 피해자 이름을 제목에 포함하고 있다. 문건에 따라 피해 내용, 이사 여부 등 피해자 관련 정보가 제목에 함께 드러난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포털은 정부기관이 생산한 문건 중 공개 대상으로 분류된 것들을 제목만 또는 본문도 함께 공개하는 곳으로, 일반인도 누구나 볼 수 있다. 하루 평균 방문자는 지난달 말 기준 2만5,663명이다.
경찰의 신변보호 관련 문건은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 게시된다. 본문 내용은 공개되지 않지만, 제목만으로도 피해자의 현재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적지 않다. 예컨대 신변보호 대상자의 이름을 한두 자 가리더라도 네 글자 이름이나 희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체가 드러날 공산이 적지 않다. 여기에 관할 경찰서로 거주지역이 드러나고 피해 유형(강간·데이트폭력·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 등) 정보까지 보태지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변보호 여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더구나 일부 문건은 △맞춤형 순찰시간 변경과 해제 여부 △연락처 변경 △거주지 변경 등 피해자 안전과 직결되는 정보도 제목에 포함돼 있다.
극소수이지만 신변보호 대상자 관련 정보를 철저히 가린 경찰서도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관리번호나 가명을 보호 대상자 이름 대신 사용했고, 경남 거제경찰서 등은 피해자 식별 정보를 아예 제목에 표시하지 않았다.
경찰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주 특이한 이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란 적용을 한 만큼 경찰이 실명보호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같은 포털에 올린 피의자 관련 문서 제목엔 피의자 이름을 일부라도 표기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영역은 다르지만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역학조사 대상자를 이름 대신 관리번호로 완전히 익명화한 뒤 공개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신변보호를 반감시킬 만한 정보 노출이지만,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정보 공개 관련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보공개포털은 각 기관에서 보내오는 자료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문서 제목 등 세부 사항은 각 기관에서 규정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신변보호 대상자의 이름이 공개된 일로 각 경찰서에 한 글자든 두 글자든 보호 대상자 이름을 익명 처리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린 것 외에는 공통 적용되는 제목 서식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변보호 대상자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신변보호를 요청한 사람은 대부분 범죄 피해에 노출된 경험이 있어 신상정보 유출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경찰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관련 정보를 일부라도 공개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경찰이 내부 대외비 규정 등에 준해서 피해자 정보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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