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좌클릭' 시동 거는 '킹메이커' 김종인... "중도로, 약자로"

입력
2021.12.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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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약자와의 동행' 강조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 심포지엄 국민행복과 국가 미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 심포지엄 국민행복과 국가 미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에 화려하게 귀환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정책 ‘좌클릭’ 조타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초반이긴 하지만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재정정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킹메이커’ 별칭을 달아준 외연 확장 주특기를 이번 대선에서도 발휘해 윤석열 후보의 취약지대인 중도층 표심을 확실히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손실보상 100조'?... “비정상적 방법 쓸 수밖에”

김 총괄위원장은 7일 ‘더좋은나라전략포럼’ 기조강연에서 차기 정부의 우선 과제로 거듭 양극화 해결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이 경제적으로 황폐화되고,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진단이 근거다. 전날 선대위 출범 연설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선 다음 정부가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다”며 “그래서 윤 후보에게 약자와 동행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걸 앞세우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단의 대책도 예고했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주장했던 ‘손실보상 100조 원 투입’을 다시 꺼낸 것. 김 총괄위원장은 “유권자 2,000만 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생존과 생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100조 원 정도 기금을 확보하고, 제대로 활용해 체계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부채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에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비정상적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 아름답게 움직이지 않아”… 김병준과 대립각

김종인(오른쪽)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가운데) 상임선대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오른쪽)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가운데) 상임선대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본인의 대표 브랜드인 ‘경제민주화’를 재활용해 전면에 세우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실현되면 시장주의를 옹호해온 윤석열표 경제정책의 대전환인 셈이다. 김 총괄위원장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정상적으로 굴러가게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이라며 “사회주의 경제라고 말하는 건 무식함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포용경제’ 역시 “제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관을 드러냈다.

여러 발언을 종합하면 김 총괄위원장의 정책 기조는 국가 개입보다 시장 자유를 중시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생각과 상당히 배치된다. “대통령 후보가 시장경제 원리를 따르겠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이야기” “맹목적으로 시장을 믿는 사람은 정서적 불구자” 등 김 총괄위원장의 가시 돋친 비판도 결국 김 상임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풀이까지 나온다.

다만 두 사람 간 신경전을 묻는 질문에 김 총괄위원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는 그런 사람(김병준 위원장)과 신경전을 하면서 역할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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