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원하는 곳에 빨리, 많이 짓는 게 정답... 보유세 강화 땐 거래세 낮춰야"

입력
2021.12.08 19:00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경제분과>
② 부동산 해법은

편집자주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은 내년 대선을 맞아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당면 현안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과별로 토론이 진행되며, 회의 결과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주택시장 정상화 주요 제안>

1. 주택정책 기본원칙
-취약층은 주거복지, 비취약층은 시장기능 중심
-징벌적 세제 및 임대료규제, 전면적 대출중단 같은 가격통제는 역효과
-부동산 보다 수익률 높은 금융투자시장 활성화

2. 부동산 세제 대폭 정비
-보유세 강화시 거래세는 완화
-늘어난 보유세 세수는 학교 등 해당 지역주민 위해 사용

3. 공급 확대
-수요자, 특히 젊은 층 원하는 곳에 단기간 내 공급 늘려야
-서울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서울 이외 신규택지는 광역교통망 연결지역
-민간 위주 재건축 재개발

부동산은 현 정부의 최대 실패작이다. 특히 무주택서민, 젊은층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경제영역을 넘어 엄청난 정치, 사회, 심리적 파장을 낳았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차기정부가 풀어야 할 1순위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일보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분야별 핵심 과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프로젝트 경제분과(위원장ㆍ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두 번째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빠른 시일안에 부동산 정책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방향으론 △수요자(주로 젊은층)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을 조기에 공급할 것 △징벌적 성격의 부동산 세제를 전면 개편할 것 △무엇보다도 부동산을 시장원리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11월 19일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경제분과 2차 회의. 회의에 앞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분과위원장·왼쪽 네 번째)를 비롯한 분과위원들이 환담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약속했지만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건지 여전히 미지수"라며 "핵심은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빨리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금으론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으며, 보유세 강화 시 거래세는 완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회의에는 성태윤 교수와 김상봉 교수,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및 한국일보 조철환 논설위원(간사)이 참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교수=한국부동산원 데이터를 현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분석해봤다. 5억3,00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9억5,700만 원으로 80%나 올랐다. 종로구는 141%, 성동구 상승률은 167%에 달했다. 세종시는 180% 가까이 올랐다. 전세는 올해 많이 뛰었는데, 서울은 5억5,000만 원 정도로 2017년 5월 대비 62% 올랐다. 부동산 폭등세가 소득 증가와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가파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부동산 정책도 비교해봤다. 두 후보가 똑같이 250만호 공급 공약을 했는데, 공급량을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건지 미지수다. 공급 대책이 이 후보는 공공 주도, 윤 후보는 민간 주도인데 어떻게 빨리 공급할 것이냐가 차후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다. 핵심은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멀리 수도권 밖에 지어놓으면 소용없다. 그래서 결국 단기 공급과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김동헌 교수=현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은 주택 공공성 강화였다. 서민ㆍ실수요자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은 연간 4만~5만 채 아파트가 공급돼야 하는데, 2019년과 2020년에 4만3,000채와 4만2,000채 공급됐다가 2021, 2022년에는 2만2,000채와 1만3,000채로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의 실수요는 살고 싶은 지역, 일정 수준 이상의 아파트로 몰리는데 이게 안되고 있다.

아파트는 주거의 의미를 갖지만, 서민ㆍ중산층들도 일정 수준에서는 투자로 여긴다. 2주택 보유자들도 하나는 자기가 살고, 다른 한 채는 노후 대책으로 마련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주택자 전부를 투기 수요로 보는 프레임은 위험하다. 그런 프레임에서 징벌적 과세가 출현하고 반시장적 정책이 나왔고, 국민 신뢰를 잃게 됐다. 차기 대통령은 부동산도 시장 원리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양도세, 보유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수요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영 교수=지금 모든 국민이 불만인 상황이다. 실수요자들은 규제 때문에 힘들고,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더 기회를 갖게 됐다. 가진 사람들은 원래 정권에 불만이 많으니, 종합하자면 모두가 불만인 상황이다. 현 정부에 아쉬운 것은 시장 이해가 부족한 정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투기와 실수요를 구분하려고 했던 것도 문제다. 깨끗하게 구분되면 부동산 문제가 왜 생기겠나. 주거 욕구와 자산 보유 욕구는 굉장히 다양하다. 이걸 법으로 구분하고 징벌적 과세하는 것 자체가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양새인데, 그래서는 해결이 어렵다. 세금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거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중앙 정부는 국지적 수요 증가와 일시적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젊은 사람들, 맞벌이 부부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데에 주력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서울 중심적인 것도 문제다. 광역교통망을 잘 갖추고 좋은 신규택지를 발굴하면 서울의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든 될 것 같다. 따라서 균형개발 쪽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느 한 지역 가격이 오르는 문제에 집착하는 대신, 이런 관점이 필요할 것 같다.

민세진 교수=가계의 재무장관, 즉 주부 입장에서 얘기하겠다. 이 관점에서 보면 현 정부가 실패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부동산의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간과했다. 우리나라는 비금융자산 비중이 65%에 육박한다. 호주(50%대)보다 높고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비금융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이 차지한다. 그런데 가계 입장에서는 (높은 부동산 비율이) 비합리적 선택이 전혀 아니다. 장기적 추세로 보면 굉장히 안정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자산으로서 접근하는 가계의 선택이 비합리적이라고 얘기할 만한 근거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을) 성공시키고 싶었으면, 이 수요에 대한 접근도 이뤄졌어야 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둘째, 주거의 질에 대한 높은 수요를 외면했다. 소득 수준이 빨리 증가하면 양질의 주택에서 살고 싶은 욕망도 커진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내놓는 대책은 ‘총량이 어떻고, 가구 수는 어떻다’ 정도다. 주거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게 입지인데, 입지에 대한 수요를 외면했던 것이 패착의 두 번째 요인이다. 셋째, 세금 인상이나 대출 축소 등 수요 억제책을 과신했다. 재정학에는 ‘조세의 자본화’라는 현상이 있다. 공급이 제한된 부동산 시장에 세금을 과세할 경우 해당 시점 소유자가 100% 부담을 하고 나면, 가격 인하효과는 한순간에 그칠 뿐이다. 보유세를 높여서 가격을 줄곧 안정시키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부동산 세제를 한번 정리해야 한다. (제도의) 안정적 운영도 중요하지만 원칙에 맞게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주택 소유로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는 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로 일괄 접근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보유세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거래세는 합당하게 조정해야 한다. 취약 계층의 주거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비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시장의 수요ㆍ공급에 맡기는 접근이 맞다. 주택의 자산적 성격을 생각한다면, 대체재 역할을 하는 금융자산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성태윤 교수=부동산 세제에 원칙이 없고, 부동산을 적대시하는 세제로 디자인한 게 문제를 만들고 있다. 세금은 소득이 발생할 때 매긴다는 원칙으로 디자인하는 게 맞다. 주택 매각해서 소득이 발생했을 때 매기는 게 당연한데, 소득 흐름이 없어도 자산 가격 변동만으로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걸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득 흐름이 없는 부분에 보유세 부담을 매기려면 보유세가 납세자들의 혜택과 직결돼야 한다. 예컨대 미국의 보유세는 교육 투자에 사용된다. 어떤 좋은 지역이나 비싼 집에 살기 때문에 내는 보유세는 그 지역만의 교육 투자로 이어진다. 그래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논리여야 조세 저항이 없지, 그저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면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요컨대 ①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 ②보유세는 납세자들의 혜택과 연결돼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은 주택 가격을 잡겠다는 데서 나왔지만, 가격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세금에 접근한 게 이번 정부의 가장 큰 패착이다. 전세 가격도 똑같다. 전세 가격 잡겠다고 개입하더니 결국 가격을 더 올렸다.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임대료 통제 정책이 실패했는데, 그 정책들로 인해 임대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은 안정적이고 좋은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접근하게 만드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저소득층은 접근이 안 되니까 공공복지 형태의 주택을 제공하고, 소득 있는 사람들은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일으켜 좋은 집을 구매토록 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박철성 교수=이번 정부의 정책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혼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양질의 주거서비스 제공이 목표인 것처럼 했다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거나 투기를 못 하게 하겠다 하니까 국민들은 ‘도대체 정책 당국이 원하는 게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더 안 좋았던 건 이 정부에서 일하는 분들의 실제 행태다. ‘과연 이들이 주택 가격 잡고 싶어 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생각이 계속되다 보니 불신이 점점 커진 것 같다. 주택은 단일한 재화가 아니다. 내 집은 옆집과도 다르고, 층별로도 다르다. 주택을 하나의 동질적 재화로 생각하면 정책이 자꾸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너무 성급하고 쉽게 생각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의 지역격차가 큰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점이다.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에서는 특정 지역에만 사람들이 몰린다. 선호 지역으로 인구가 몰리면 비선호 지역에서는 주택 수요가 급감한다. 자산 가치를 완전히 잃고 집값이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 선호지역에서는 폭등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주택 가격 오르는 것만 고민해선 안 된다. 일부 지역의 집값 폭락 가능성에도 고민해야 한다. 5~10년 안에 그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김동헌 교수=2030 세대, MZ 세대는 경제관이나 삶의 가치관이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르다. 실용적이고 시장주의적 의식이 강하다. 자기 선호도 굉장히 강하다. 이들은 양질의 주택이나 직장과 가까운 주택에 대한 수요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이 세대에 맞춘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향후 부동산 정책의 주요 방향이 돼야 한다. MZ 세대의 이 같은 성향을 감안한다면, 신규 공급을 위한 재개발, 재건축은 민간주도형으로 가야 한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성태윤 교수=그와 관련해 주목할 게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빈집이 많다는 점이다. 아파트가 그냥 비어 있는 게 많다. 물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의 주택 수요를 못 맞추는 것이다. 기성 세대의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났지만, 젊은 세대는 선진국에서 태어난 애들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의 욕구에 맞는 주택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그런 공급은 계속해서 제한하고 있다. 강남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일산 옆에 아파트 짓겠다고 하는 게 문제다. 진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곳에 어떻게 공급해야 할지 고민하고, 원하는 형태로 공급하려면 민간 주도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관점 없이 정책을 펴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박철성 교수=민 교수 지적처럼 부동산만 볼 게 아니라 자본시장을 포함한 투자 가능자산 전체로 시야를 넓혀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불안하고 수익률이 낮은 자산으로는 유동성이 갈 리가 없다. 부동산만큼 믿을 만한 투자처가 있다면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성태윤 교수=최근 집값이 오르자, 대출을 막아버렸다. 이것도 정말 큰 문제다. 직장도 있고 결혼도 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 대출도 못 받게 됐다. 이제 부모님 덕을 보지 않고는 젊은 세대가 집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 실수요자 대출 문제도 차기 정부에서 검토해야 한다.

민세진 교수=맞다. 집값 잡기 위해 대출을 막아버리는 건 폭력에 가깝다. 최근 전세 대출은 제외했지만, 처음에는 다 막아버렸다. 이런 게 말이 되나. 가계대출 규모가 크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마저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신뢰를 잃었다. 게다가 가계대출 급증은 부동산 공적 보증 증가와 관련이 크다. 정부가 부동산 공적 보증을 늘려 대출을 늘려놓고, 이제 대출을 막겠다고 하면, 서로 말이 안 맞는 것이다.

김진영 교수=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은근히 부자들을 위한 것 같다. 진짜 봐야 할 건 집 없고 힘든 사람들인데, 정말 정책이 향해야 할 초점은 지금 불타오르는 지역이 아니라 앞으로 사라질 지역일 수 있다. 소외되고 사라지는 지역에 더 눈이 가야 한다. 쪽방 신세로 힘없어 데모도 못 하는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 높을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어느 정도 사는 사람만 보고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철환 에디터 겸 논설위원
정리=전세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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