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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 변이?' 낙인찍기에 남아프리카 울분… "첫 확진자는 타국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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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의 국경 폐쇄는 ‘아프로포비아(Afrophobia·아프리카 공포증)다.”
너나 할 것 없이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가 앞다퉈 아프리카에 빗장을 걸자, 라자루스 차퀘라 말라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같이 꼬집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혹독한 시련에 처했다. 변이를 발견하자마자 신속하고 모범적으로 대응했는데도 그 대가는 ‘새 감염병의 진원’이라는 오명, 그리고 ‘입국 금지 조치’라는 불이익뿐이다.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5차 대유행을 막고 자국 국민을 보호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란 반박 논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분간 아프리카발(發) 입국 제한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 국제라디오방송(RFI)은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회원국 상당수가 국제사회의 (항공편 중단)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공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세계 여러 국가들의 일방적인 (아프리카) 여행 금지 조치는 부적절하다”는 차퀘라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SADC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6개 국으로 구성된 연합체다. 이중 이날까지 절반인 8개 국(남아공 보츠와나 짐바브웨 레소토 모잠비크 말라위 나미비아 에스와티니)이 한국 정부를 비롯, 미국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 명단에 올랐다.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19와의 공존을 택했던 주요 국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거점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남부 국가와의 통행을 전면 차단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고립된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억울하다는 울분을 토해 내고 있다. 이미 약 50개 나라로부터 항공편이 차단된 남아공에선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여행금지 조치는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히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회복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과학적으로도 정당하지 않은 여행 금지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역설했다.
지난 11일 오미크론 변이가 가장 먼저 발견돼 ‘변이 발원지’로 이름을 알린 보츠와나는 아예 책임을 다른 나라로 돌렸다. 보츠와나 보건당국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첫 변이 확진자들은 타국에서 온 외교관 4명”이라고 밝혔다. 외교 업무를 위해 이달 7일 이 나라에 입국한 외국 외교관들이 나흘 뒤(11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24일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결과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확인됐다는 게 보츠와나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그들이 어느 나라 외교관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졸지에 발이 묶인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불만은 명확하다. 새 변이를 먼저 발견해 매뉴얼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했을 뿐인데, 국제사회가 오히려 자신들을 백안시하며 배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드윈 디코로티 보츠와나 보건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보츠와나 변이’로 부른다”며 “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국가에 낙인을 찍으려는 시도인 것 같아 우려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세계 각국의 국경 차단 행렬은 새 변이의 진원지와 전염성 분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이뤄진, 매우 부당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국제 기구도 각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마트시디소 모에티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지역사무국장은 “아프리카를 겨냥하는 여행 제한 조치는 전 세계의 결속력을 해친다”며 “국경을 성급히 닫기보다는 과학을 따라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 과제인 각국 정부는 쉽게 빗장을 풀지 않을 태세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국 등의 입국 제한 조처를 “필요한 규제”라고 옹호했다.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전파력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 같은 경우, 여행 제한이 유입을 완전히 막아 주지는 못하더라도 대비할 시간을 벌어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입국 제한령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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