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권 보장해 달라" 시청각 장애인들 2심 일부 승소

입력
2021.11.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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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멀티플렉스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
다만 300석 이상 상영관·전체 3%로 제한

배리어 프리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 배리어 프리 영화위원회 제공

배리어 프리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 배리어 프리 영화위원회 제공

시각·청각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영화를 보게 해달라”며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3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현 멀티플렉스 운영 상황이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설범식 이준영 박원철)는 25일 김모씨 등 시청각 장애인 4명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화관 사업자들은 원고들이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 중 제작사, 배급사,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라”고 밝혔다.

다만 △300석 이상의 좌석 수를 가진 상영관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좌석 수가 300석을 넘는 경우 1개 이상 상영관에서 총 상영 횟수의 ‘3%’만큼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인에게 차별적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 영화를 상영하면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3% 제한을 한 부분 등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멀티플렉스 측에서 상고하지 않고 의무를 이행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씨 등은 2016년 2월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2017년 12월 1심에서 승소했다. 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라 비장애인과 영화 관람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도 화면해설이나 자막을 제공받지 못해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영화관 사업자들이 장애인들을 형식상 불리하게 대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영화관 사업자들은 이에 경제적으로 과도한 부담이 든다며 항소했고, 이날 2심 결과가 나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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