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잠 못 드는 '영끌족'

입력
2021.11.25 21: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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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기준금리 1% 시대
올해 늘어난 이자 부담만 '6조 원' 달해
고소득자 대비 취약차주에겐 더 큰 부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약 2년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1%대로 올리면서 초저금리 시대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6조 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은은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내년 금리를 2~3번 더 올릴 수 있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0%대 저금리에 매료돼 무리한 대출을 한 다중 채무자나, 수입이 많지 않은 20·30세대 차주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전망이다.

1,800조 원 돌파한 가계부채… 취약차주에게 직격탄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 원에 달한다. 1년 만에 163조1,000억 원(9.6%) 불어난 수치다.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고, 증가 속도도 세계 1위 수준이다.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기준금리 인상은 차주 이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올해 가계가 져야 할 이자 부담은 5조8,000억 원 늘어나, 연간 5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차주 1인당 지급해야 할 이자도 301만 원에 달해 지난해 대비 30만 원(11%) 불어난다.

다중 채무자를 포함한 취약차주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취약차주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면서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일으킨 차주로, 신용위험이 높아 고소득자 대비 금리 인상 리스크에 취약하다.

한은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고소득자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지난해 말 381만 원에서 424만 원으로 43만 원(11%) 늘어난 반면, 취약차주는 320만 원에서 373만 원으로 53만 원(16%) 불어난다. 대출 건수가 많은 데다, 수입도 넉넉지 않은 취약차주는 약간의 금리 인상만으로도 부실 차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은도 보고서에서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엔 더 강력한 대출 규제… 이미 오른 대출금리 더 오른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어 이미 뛰기 시작한 은행권 대출금리는 내년에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올해보다 더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예고하고 있어, 은행들 자체적으로도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코픽스) 상품의 금리는 연 3.58~5.08%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 8월 말 2.62~4.19% 대비 하단이 1%포인트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당국 규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주담대 금리가 6~7%대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도 인상됐다. 우리·하나은행은 26일부터 수신금리를 0.2~0.4%포인트 인상하기로 했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통상 수신금리 인상은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으로 시간차를 두고 연결되기 때문에 최근 크게 벌어진 은행권 예대 금리 격차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당국이 대출 금리 급등에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우대금리 등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한 것"이라며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금리가 더 오르기 전 미리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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