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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가 50대 남성 고독사… 2주 넘도록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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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에서 50대 남성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 등으로 미뤄 이 남성이 최소 2주 전에 사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은 일정한 직업 없이 혼자 셋집에서 살았고, 만성질환과 생계난 때문에 복지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달 21일 오후 9시쯤 중랑구 다가구주택 1층 집에서 한모(57)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같은 주택 2층에 사는 집주인으로부터 "아랫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그 집에 혼자 사는 세입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한씨가 수도사용료 문제로 집주인과 지난달 말 연락을 주고받은 점, 시신이 심하게 부패된 점 등을 토대로 그가 이달 초 사망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은 없어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며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지상 2층, 지하 1층 다가구주택의 1층에 반전세로 거주해왔다. 주택가에 위치한 이 건물엔 옥탑방까지 총 5가구가 살고 있지만, 이들을 포함한 이웃들은 한씨가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그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같은 건물 거주자는 "고인은 평소 다른 이웃들과 교류가 없었다"면서 "올여름까지는 봤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건물 우편함에도 한씨 명의로 온 우편물은 없었다.
신고자인 집주인은 이달 초부터 악취가 나긴 했지만 옆 건물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대소변 냄새로 여겼다고 말했다. 한씨 집에 불이 켜져 있어 변고를 의심하진 못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보다 악취가 심해 세입자(한씨)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면서 "신고를 망설였지만 악취가 너무 심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고정된 직업 없이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왔다고 한다. 또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으며 치료를 받아왔다. 형제자매가 있지만 왕래가 없었던 터라, 이들 가족도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한씨가 숨진 사실을 안 것으로 파악됐다.
한씨의 비극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2주 이상 걸린 것으로 보이지만, 경보는 전혀 울리지 않았다. 한씨는 차상위계층으로 지자체 관리망에 편입돼 의료비 지원 등을 받아왔지만, 관할 구청과 주민센터는 그의 위기를 알아채지 못했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한씨는 반기별로 점검하는 대상자로 이번 달은 연락한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주민센터 측은 올해 상반기 점검을 위해 5월 한씨와 통화했고 하반기 점검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씨와 주민센터의 마지막 연락은 8월 재난지원금 지급 건으로 이뤄졌다.
수도 사용량 변화 등을 통해 드러났을 이상 징후도 감지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공과금이 2~3개월 정도 밀렸다면 정부에서 체납자 명단이 통보됐겠지만, 1~2주 정도 수도·전기·가스 사용을 안 했다는 걸 확인할 방법은 없다"면서 "특히 고인이 살던 다가구주택은 수도계량기를 공동 사용해 세대별 사용량을 알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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