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명운이 걸린 대한민국

입력
2021.11.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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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경항모 CG 영상 장면. 해군 제공

해군 경항모 CG 영상 장면. 해군 제공

역사적으로 바다는 자원의 중요한 공급원이자 재화 운송의 통로로서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해양국가인 우리나라는 바다에 국가의 사활이 걸려 있으며, 바다를 지켜내지 못하면 경제성장은 물론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이런 점에서 해군력을 확충하는 것은 곧 국가의 현재는 물론 20년 이상을 내다본 투자이다. 그런데 갈 길 바쁜 해군의 항모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해 우려스럽다.

먼저 경항모 건조에 15조~20조 원이 소요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이미 운용중이거나 예산이 반영되어 확보가 결정된 함정을 포함한 것이다. 실제 경항모 건조에는 2조5,000억 원 정도만 소요된다고 한다. 바다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비용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상교통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가경제가 마비된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바다를 슬기롭게 관리하지 못했던 나라의 말로(末路)를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항모에 탑재되는 전투기에 대한 논란도 있다. 경항모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F-35B가 F-35A에 비해 성능이 부족하여 효용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애초에 두 기종은 운용되는 플랫폼 자체가 다르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F-35B는 함정에 탑재하여 운용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이고 F-35A는 지상기지에서 발진하는 전투기다. 이러한 점을 차치하더라도 F-35B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보유한 최첨단 5세대 전투기로 각종 모의교전에서 그 성능이 입증되었으며, 북한에서 보유한 전투기 중에 F-35B의 성능을 능가하는 전투기는 없다.

끝으로, 제대로 된 소요검증을 거치지 않고 전력명을 대형수송함-Ⅱ에서 경항모로 변경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력명이 변경되는 일은 육·해·공군 모두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운용개념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운용목적을 더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시 소요를 결정할 필요 없이 전력명만 수정해서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것처럼 왜곡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항모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었다. 아쉽지만 미래 해양안보의 명운이 걸린 핵심적인 사업인 만큼 경항모 사업은 중단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를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해양력 확보 방안은 해군력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바다를 지켜 내야만 국가의 생존이 보장됨을 증명하고 있다. 바다는 대한민국의 생명길이다.


이서항 한국외교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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