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의 당부 "백신 추가접종 아니면 위중증 환자 증가 답 없다"

입력
2021.11.14 16:10
수정
2021.11.14 16:41
구독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백신 중증 예방효과 예상보다 빨리 떨어져"
"2차 접종 후 4, 5개월로 부스터샷 당길 수도"
"고령층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 접종 독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475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12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475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12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증가세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가 "거리두기 완화가 시작된 이상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빨리 하는 것 외에는 고령층 사망률을 낮추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12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과 해법에 관해 설명했다. 그날 위중증 환자는 전날 463명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475명으로 뛰어 올랐다. 이후에도 증가세는 지속돼 13일 485명, 14일 483명을 기록했다.

이 교수는 원인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원인은 ①겨울이 되고 있다는 계절적 요인, 두 번째는 ②단계적 일상회복(1일) 이전 거리두기 완화의 결과다.



"백신 접종 5, 6개월 후 중증예방효과 70, 60%대로 떨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지 6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미즈아이산부인과를 찾은 어르신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지 6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미즈아이산부인과를 찾은 어르신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시스

강조한 것은 세 번째, ③ 백신의 중증 예방효과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현재 중증환자 중 미접종자가 7, 접종자가 3의 비율인데 특히 (접종 시기가 빨랐던) 고연령대 돌파감염자의 경우 중증화로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의 사망 예방 효과가 접종 2~3개월까지는 100%였으나, 5, 6개월로 넘어가면서 70, 60%로 떨어졌다"고 구체적인 비율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지금 해결 방법은 부스터샷을 빨리 맞히는 것밖에 없다""부스터샷 접종 시기를 접종 후 6개월에서 4, 5개월로 당기는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또 "특히 고령층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인다. 중환자실에 오시는 분들 중 접종하신 분과 안 하신 분의 예후는 완전히 다르다"며 고령층의 부스터샷 접종을 독려했다.



"수도권 위중증 병상 가동률 70%... 계속 증가하면 버티기 힘들어"

13일 0시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485명이다. 지난 10일 460명→11일 473명→12일 475명에 이어 나흘 연속 최다치다. 뉴시스

13일 0시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485명이다. 지난 10일 460명→11일 473명→12일 475명에 이어 나흘 연속 최다치다. 뉴시스

이 교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현재 확보된 위중증 환자 병상은 1,100개로, 증가세가 정체되면 버틸 수는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서울은 벌써 중증병상 가동률이 75%이고 경기·인천도 70%에 육박한다"며 위중증 환자가 500, 600명으로 넘어가면 수도권만 서킷브레이커를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서킷브레이커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일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을 뜻한다. 서킷브레이커는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을 때 발동된다.

정부는 일단 서킷브레이커보단 대학병원 병상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하지만 "거리두기를 하며 외상환자가 줄었으나, 지금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코로나 외 중환자가 예년 규모로 발생할 것"이라며 병상 확보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패스 반론에... "확진자 수보다 위중증률에 초점 맞추길"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헬스장 입구에 백신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헬스장 입구에 백신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현재의 단계적 일상회복은 '규제를 풀었을 때 어느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나'라는 일종의 테스트"라며 "확진자와 중증환자를 감당 못 하면 당연히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규제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다고 했다. 과거엔 시간과 장소를 제한했다면 지금은 '사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백신패스' 얘기다.

돌파감염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이 통행증이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안전한 사람이 걸리면 중증 이완율은 떨어진다"며 확진자 수보다 위중증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미접종률이 높지만 어느 순간 미접종자가 줄고, 미접종자 중 일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전반적인 면역이 올라가는 상황이 될 거다. 그게 2~3년 이후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땐 "몇십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중증환자가 얼마 안 생길 수 있다"며 "그때까지 '많이 예방 접종해 많이 안 죽을 거냐, 많이 걸려서 많이 죽을 거냐'의 결정이 우리 앞에 남아 있다"고 정리했다.



"확진자 줄었다가 다시 늘어... 5차 유행의 전조 될 수도"

휴일인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날 보건당국이 발표한 14일 0시 기준 신규 감염은 2천419명으로 위중증 환자는 483명을 기록해 이틀 연속 480명대를 유지했다. 연합뉴스

휴일인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날 보건당국이 발표한 14일 0시 기준 신규 감염은 2천419명으로 위중증 환자는 483명을 기록해 이틀 연속 480명대를 유지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현시점이 '5차 유행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4차 유행 이후 확진자가 1,500명대, 1,600명대로 2주 정도 줄었다가 다시 2,000명대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말해 확진자가 이번 주에 3,000명을 넘길 줄 알았는데 지금 2,500명 정도 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이 됐다고 해서 너무 자유를 만끽하고는 계시지 않는 거구나 생각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면 5차 유행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계속 올라갈 거냐, 완만하게 꺾일 거냐는 국민의 선택"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 교수는 향후 1, 2주가 '5차 유행의 갈림길'이라고 봤다.

윤주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