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국제도시는 옛말… 인천 송도 '제2 삼다도'로 변신

입력
2021.11.10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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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 6000명 종사
유엔 산하기구·녹색기후기금 등 국제기구 14곳
한국뉴욕주립대·연세대 등 국내외 대학 10여곳도

지난해 6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지난해 6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8년 3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대해 '유령 도시(Ghost town)' '체르노빌 같은 공허함(Chernobyl-like emptiness)'이라고 표현했다. 국제도시를 표방했지만, 이에 걸맞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혹평이었다.

2003년 8월 인천 청라·영종과 함께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는 기반 조성(2003~2009년)을 마치고 성숙 단계에 들어선 후에도 한동안 '말로만 국제도시' '베드타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국제도시 여부를 판단할 핵심 지표인 외국인 인구 비중은 1.9%(올해 9월 기준)에 불과하다.

바이오 기업 60곳 입주...700곳으로 확대 구상

무늬만 국제도시였던 인천 송도가 바뀌고 있다. 최근 바이오 기업과 국제기구, 대학들이 잇따라 송도에 터를 잡으면서 '제2의 삼다도(三多島)'로 불리기 시작했다.

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독일의 백신 원부자재·장비 글로벌 기업인 싸토리우스는 지난 2일 송도에 3년간 3억 달러(3,500억 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정부와 체결했다. 싸토리우스는 세포배양배지 등 다양한 원부자재를 송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송도에는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머크,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제조·서비스 기업 60여 곳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종사자는 6,000여 명으로 매출액은 4조 원에 달한다.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셈이다.

송도에는 바이오 공정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가 들어설 예정이고, 바이오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육성하는 'K-바이오 랩허브'도 구축된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4·5공구 92만㎡에 조성된 바이오 클러스터를 매립 중인 송도 11공구로 연결해 총 200만㎡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입주 기업도 지금의 10배가 넘는 700곳까지 늘리고, 종사자 수도 2만 명까지 키운다는 구상이다.

국제기구와 국내외 대학들도 송도에서 북적

국제기구들도 송도를 최적지로 꼽는다. 2006년 6월 가장 먼저 문을 연 유엔 아시아·태평양정보통신교육원(UN-APCICT)을 비롯해 현재 14곳이 송도에 자리를 잡고 있다. UN-APCICT 등 유엔 산하기구 9곳 외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세계은행(World Bank) 한국사무소 등이 송도에 터를 잡았다.

내년 3월에는 기후기술센터 네트워크(CTCN) 협력연락사무소가 송도 G타워에서 본격 업무에 들어간다. CTCN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라 개발도상국이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대응기술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협력연락사무소가 설립되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국내외 대학 10여 곳도 송도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외국대학 공동캠퍼스인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는 한국뉴욕주립대의 스토니브룩대와 패션기술대(FIT), 한국조지메이슨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등 5개 대학이 자리 잡았고, 현재 3,1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국내 대학 중에서도 인천대와 연세대, 인천재능대, 인하대, 인천가톨릭대, 한국외국어대 등이 캠퍼스를 운영 중이거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송도가 혁신 성장의 거점이 되도록 앞으로도 기업 유치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국제기구 등이 입주해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G타워의 지난달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국제기구 등이 입주해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G타워의 지난달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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