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새 주인 찾았는데…주채권 은행 산은이 뿔난 이유는?

입력
2021.11.04 22:00
에디슨모터스 8000억 대출 요청에 불쾌한 산은
물밑 작업 없이 공개 요구, 산은 심기 건드려
자금조달, 경영 정상화 능력에 의구심

서울 시내의 쌍용자동차 영업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됐지만,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쌍용차 새 주인 후보로 결정된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지난달 22일 산은에 8,000억 원의 대출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산은 지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인데요.

산은 내부에서는 '그 정도 돈을 지원할 거면 자체적인 워크아웃을 하지, 왜 매각 작업을 하겠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3,100억 원의 돈으로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조달 능력과 경영 정상화 의지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늘어 갑니다.

김칫국부터 마신 에디슨모터스

우선 에디슨모터스가 필요한 자금은 크게 2단계로 나뉩니다. 쌍용차가 보유 중인 금융권 채무 변제와 앞으로 쌍용차를 전기차 회사로 체질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운영자금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금액으로 제시한 3,100억 원을 유상증자로 확보해 쌍용차의 빚을 갚을 계획입니다. 산은 대출 8,0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세 가지 면에서 산은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①먼저 산은과 물밑 작업도 없이 돈을 꿔 달라고 공개 요구한 점입니다. 사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새 주인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인수를 확정 지은 건 아닙니다. 금융권 채무 변제 계획을 담은 회생계획안이 채권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회생 절차를 졸업해야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굴릴 수 있게 됩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3일 쌍용차와 인수·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만 했을 뿐 본계약, 회생계획안 인가까진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산은은 쌍용차 채권단이 회생계획안 첫 페이지도 보지 못한 마당에 8,000억 원 대출 검토를 요구받은 상황인데요. 떡 줄 산은은 꿈도 안 꾸는데 에디슨모터스가 김칫국부터 마신 격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걸 "2조 담보, 전혀 의미 없다"

②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8,000억 원 대출의 근거도 산은엔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등 담보를 2조 원으로 잡고 담보 가치의 40%인 8,000억 원 대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은의 셈법은 전혀 다릅니다. 대출액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담보보다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능력이라는 설명입니다. "담보가액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금융권에선 에디슨모터스가 담보 물건으로 제시한 땅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경영이 나빠졌을 때 회수하기 쉬운 예금과 달리 땅은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등 현금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③산은은 현재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돈을 빌려줬는데 한국 기업인 에디슨모터스 대출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입니다. 마힌드라 대출액은 1,900억 원으로 에디슨모터스가 원하는 금액과 크게 차이 나 직접 비교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현재 쌍용차 사정이 마힌드라에 넘어간 2011년보다 악화해 대출 심사 역시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산은이 이렇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자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와 체결한 MOU에 '산은 담보 대출'을 명시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은을 더 건드리는 건 밑지는 장사라는 판단과 동시에 다른 금융권 대출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산은 사정에 밝은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는 회생계획안을 인가 받고 경영 주체가 된 후 운영자금 확보를 모색하는 게 맞는 순서"라면서 "마치 에디슨모터스가 아니면 쌍용차를 인수할 곳이 없다는 식으로 모든 그림을 그려놓고 접근하면 쌍용차 최종 인수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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