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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좋다고요? 손도끼까지 든 민원인 횡포에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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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구청 사회복지과 공무원 A씨는 요즘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깜짝깜짝 놀란다. 7월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연장에 필요한 근로능력 여부를 확인하던 40대 민원인으로부터 이틀에 걸쳐 폭언과 모욕적인 언행에 시달린 뒤부터 민원 응대가 두려워졌다.
A씨는 3일 “하루에 39번 전화를 걸어 반말로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히더니, 심지어 ‘네 에미, 애비가 그렇게 가르쳤냐, 똑바로 하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며 “또 다른 70대 민원인은 후원물품을 주지 않는다며 큰 우산대를 휘둘러 불안감에 시달린 적도 있다”고 치를 떨었다.
정부 정책을 일선에서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때론 철밥통으로 희화화돼도 다른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고용안정성 등으로 밖에선 부러움을 받는 이들이지만, 몰상식한 민원인의 막가파식 행패에 속은 무너지고 있다.
고양시의 또 다른 동주민센터 여성 공무원 B씨는 복지 상담 중에 민원인이 들이민 휴대폰 화면에 고함을 지를 뻔했다. 민원인(70대)은 상담이 자신의 뜻대로 흐르지 않자 휴대폰에 저장된 자신의 중요 부위 사진을 보여주었다. 심한 모멸감과 함께 큰 충격을 받았던 B씨는 “이후에도 계속되는 협박에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았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악성 민원인의 갑질 행태는 생명을 위협하는 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청사에서 있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북 포항시청사 대중교통과장은 갑자기 7층 사무실로 올라온 60대 민원인 C씨가 뿌린 염산으로 추정되는 액체에 각막이 손상됐다. 개인택시 중개업을 하는 민원인은 포항시의 택시 감차 정책으로 더 이상 중개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이 같은 일을 벌였다. 더욱 충격적인 건 C씨의 태도였다. 범행 뒤 대중교통과 냉장고에 있는 비타민 음료를 꺼내 태연하게 마셔 공무원들을 놀라게 했다.
도끼가 등장한 곳도 있다. 지난달 초 경북 경주시청에서 건축허가과를 찾은 50대 건축사 D씨는 손도끼를 내보이며 과장을 위협했다. 자신이 맡은 건물의 허가가 ‘늑장행정으로 지연되고 있으니 빨리 처리하라’는 협박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 정도 되면 욕설을 퍼붓고 고함 지르는 민원인의 행태는 애교"라고 말했다.
대전의 한 자치구청 복지업무 담당 공무원은 올 초 민원인이 던진 물건에 얼굴을 맞아 눈 주위가 찢어졌다. 이 민원인은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가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는 담당자의 말에 “너무 복잡하다”며 사무실에 있던 각종 물건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졌다.
문제는 민원인의 갑질행패 수위가 도를 넘어섰지만, 공무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종문 고양시 통합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민원인 한 명이 시 행정에 대한 보복으로 하루 동안 새올행정시스템에 민원 500건을 접수했는데, 대응할 규정이 없었다"며 "오히려 규정에 따라 팀원 전체가 매달려 답변을 다느라 진땀을 뺐다”며 현 민원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공무원의 피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고양시는 지난달 공무원 450명을 대상으로 민원 응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특정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10%가량은 악성 민원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꼈고, 우울증·불면증을 겪어 휴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다 나은 민원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도 일부 민원인의 행패는 없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협박과 물리적 폭행으로부터 공무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현진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위원장은 “공무원의 피해가 빈번한 이유는 지자체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민원인 눈치를 보며 공무원 방어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며 “지자체장도 가해 민원인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하고, 처벌규정을 명문화한 공무원 보호 관련 법제화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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