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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 만큼 보장' 4세대 실손보험... 출시 2개월 성적은 'KO패', 왜

입력
2021.10.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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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7월 출시 이후 월 6.4만~7.8만건 판매
보장 범위 작아 4세대 선택 가입자 적어
업계 "6개월 지나야 1~3세대와 비교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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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지난 7월 야심차게 내놓은 4세대 실손보험(4세대)의 초반 두 달 간 성적은 낙제점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보장받는 범위는 큰 1~3세대를 버리고 굳이 4세대로 갈아타는 가입자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의 지난 7월과 8월 실손보험 계약 건수는 각각 6만3,710건, 7만8,08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4세대 실손 신규 가입과 1~3세대에서 4세대로 전환한 가입을 더한 건수다.

이런 4세대 실손 계약실적은 7월 이전 3세대 신규 가입과 1~2세대에서 3세대로 갈아탄 가입을 합한 3세대 실손 계약건수보다 크게 뒤처진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실손보험 가입 건수가 가장 적었던 달인 1월(14만9,027건)만 놓고 봐도 7,8월 4세대 가입실적보다 2배 이상 많다. 4세대 출시 직전인 지난 6월 3세대를 택한 가입자는 무려 55만3,455명에 달했다.

4세대 실손은 병원을 이용한 만큼 보험료를 내는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 질병·상해를 넓게 보장하는 1~3세대가 일부 보험 가입자의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결국 전체 보험료까지 높이자 금융당국은 4세대를 설계했다. 4세대는 1~3세대보다 적게 보장하는 대신 보험료는 저렴하다. 고령자나 질환이 있는 유병자에 불리하나, 반대로 병원 갈 일이 없는 사람에겐 유리하다.

4세대 실손이 초기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1~3세대에서 4세대로 전환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3세대만 해도 1~2세대에서 옮겨 탄 가입자가 올해 기준으로 최소 3만 명(1월)을 웃돌았다. 하지만 1~3세대 가입자가 4세대로 바꾼 경우는 많아야 1만4,244건(8월)에 불과했다. 1~3세대 가입자 입장에선 4세대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4세대 출시 직전인 지난 6월 3세대 가입이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 당시 주요 보험사는 이른바 '절판 마케팅'을 통해 3세대를 공격적으로 판매했다. 실손보험 가입 의향이 있는 사람은 어지간하면 3세대 막차를 타라는 식이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4세대는 지난 6월 가입자를 대거 3세대에 빼앗긴 셈"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4세대가 1~3세대와 진검승부를 하려면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험 소비자가 4세대 장점을 알고 고르기 위해선 최소 6개월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4세대는 몸이 건강한데 보험료를 너무 많이 냈다고 느낀 가입자가 이득"이라며 "4세대로 옮길 땐 경제력, 건강 상태, 병원 이용 빈도 수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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