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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변희수 전 하사 명복 빈다"면서도 결국 '항소' 결정

입력
2021.10.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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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권한' 법무부 반대로 불발 가능성 커

3월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마련된 변 전 하사의 추모 공간. 오대근 기자

3월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마련된 변 전 하사의 추모 공간. 오대근 기자

국방부가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한 고 변희수 전 하사의 강제전역이 부당하다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다만 ‘국가 송무의 최종 지휘권자’인 법무부가 항소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아 불발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변 전 하사의 명복을 빌고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어 법무부에 항소 지휘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망자에게 애도는 표하지만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항소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대전지법은 앞서 7일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된 상황에서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고인이 생전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전역 처분 취소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어줬다. 육군은 지난해 1월 변 전 하사가 “남성으로서 신체 일부분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군인사법상 심신 장애를 적용해 강제전역 조치했다. 성을 바꾼 변 전 하사를 여성으로 인정한 법원과 달리 육군은 여전히 남성으로 본 것이다.

군 당국이 항소 방침을 굳힌 데는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1심 판결만으로 향후 선례가 될 성소수자 군 복무 문제를 판단했다’는 비판을 우려해 최선을 다했다는 의지가 항소 추진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회가 있으면 상급심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며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항소가 성사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 항소 강행이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비슷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스스로도 이날 “육군이 항소장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보도자료에 적시했다. 육군의 상급기관인 국방부가 항소 의지만 밝히고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가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발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

국방부도 항소 불발을 예상한 듯, “군의 특수성,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한 정책 연구를 통해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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