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한국호랑이 남매, 봉화 호랑이숲 '유학' 카운트다운

입력
2021.10.24 11:00
수정
2021.10.24 11:23
0면

이달 중… 구체적 수송 일정은 '대외비'
무진동 항온항습 특수차량으로 이송
8개월가량 적응훈련 거쳐 내년 5, 6월 공개

에버랜드에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송을 앞두고 있는 태범이(오른쪽)와 무궁이의 늠름한 모습.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에버랜드에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송을 앞두고 있는 태범이(오른쪽)와 무궁이의 늠름한 모습.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이 요즘 분주하다. 서울 에버랜드 타이거밸리 재롱둥이인 한국호랑이 태범(수컷)·무궁 남매가 이번주 이곳으로 이사, 2년간 ‘유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수목원 내 호랑이숲에 이들이 머물 내실을 따로 마련하는 등 시설정비는 물론 2년간 가르칠 ‘교육과정’ 개발에 여념이 없다.

에버랜드 한국호랑이 남매, 호랑이숲 2년 유학

24일 백두대간수목원에 따르면, 태범·무궁이는 지난해 2월 에버랜드에서 엄마 건곤과 아빠 태호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호랑이다. 지난 8월 에버랜드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동식물 교류 및 공동연구 협약 체결에 따라 유학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범궁(태범·무궁)’ 남매의 유학은 호랑이는 보통 태어난 지 1년 6개월~2년이면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데다, 예상보다 이른 지난 6월 동생이 태어나 더 이상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 머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태호와 건곤은 지난 6월 27일 암컷 3마리, 수컷 2마리 모두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한번에 2, 3마리를 낳는 데 비해 이례적이다. 또 어미 건곤은 범궁 남매에 이어 이들 오둥이들도 모두 직접 수유를 하는 등 강한 모성애를 보이고 있다. 오둥이는 공모를 통해 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범궁 남매가 2년간 유학할 국릭백두대간수목원 내 호랑이숲은 3.8㏊로 축구장 6개 규모다. 호랑이 사육장으로는 국내 최대다. 숲과 연못 등 자연서식지와 가장 가깝다. 범궁 남매 유학프로젝트는 단순히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남매가 자연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관찰하고 연구하는 게 주 목적이다. 일단 2년간 유학을 마친 뒤 그때 가서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무진동 항온항습 특수차량으로… 구체적 일정은 ‘대외비’

귀한 손님이니만큼 수송은 비밀군사적전을 방불케 한다. 우선 이송 일정은 대외비다. 2017년 1월 백두산호랑이(한국호랑이) 두만(당시 15살)·금강(당시 11살)이 처음 호랑이숲으로 올 때처럼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탑승한 무진동 항온항습 특수 차량으로 시속 70㎞ 이하의 속도로 이동한다. 호랑이는 성질이 예민한 맹수다.

범궁 남매 ‘팬덤’에게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내년 5, 6월은 돼야 일반에 공개한다는 것이다. 대신 팬들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들의 적응기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수목원 측은 호랑이숲 동물관리동에 범궁 남매를 위한 30㎡ 크기의 독방을 2개 새로 마련했다. 나무평상, 바닥열선, 냉방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이들에게는 쇠고기 닭고기 등 한끼에 4~6㎏의 특식이 제공된다.

호랑이숲 식구 6마리로 늘게 돼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현재 우리·한청·한·도 모두 4마리의 백두산호랑이가 살고 있다. 그동안 6마리가 왔지만 2마리가 죽었다.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이송된 11세 금강이는 이송에 따른 스트레스로 2017년 2월 이송 9일 만에, 또 19세 두만이는 노환으로 지난해 12월에 죽었다.

이번에 태범·무궁이가 오면 호랑이숲에 백두산호랑이는 다시 6식구로 는다. 하지만 당장 6마리를 다 보기는 어렵다.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데는 8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독립할 시기가 됐지만, 아직 어려서 다 큰 어른 호랑이이 비해 적응 기간이 2배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공개는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각자의 방에서 지내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간이방사장, 소방사장, 대방사장 순으로 활동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적응상태를 보고 방사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수목원 측은 에버랜드와 진료, 사육 관련 사항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관리·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에버랜드에서처럼 범궁 남매 함께 방사

태범·무궁 남매는 에버랜드에서 같이 생활했기 때문에 방사장에도 함께 나오게 된다. 물론 기존 호랑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건강상태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차근차근 진행한다. 수목원 측은 “아직 어려서 근친교배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일반에 공개하더라도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와는 공개 방식이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들이 하던 먹이주기 이벤트 같은 것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수목원 호랑이숲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주 목적인 동물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랑이들의 자연스런 생활상을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관람할 수 있을 따름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봉화군 춘양면 문수산 일대 해발 1,000m 내외 고산지대에 펼쳐져 있다. 총 면적 5,179㏊로, 아시아에서 최대이다. 세계적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한탐식물원(6,229㏊)에 이어 2번째다. 범궁 남매의 놀이터인 호랑이숲을 비롯해 세계 최초 산림종자 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 기후변화지표식물원, 고산식물 연구동, 야생화 언덕 등을 갖추고 있다.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의 터줏대감인 한청(오른쪽)과 우리가 방사장 안을 거닐고 있다.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의 터줏대감인 한청(오른쪽)과 우리가 방사장 안을 거닐고 있다.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태범이와 무궁이가 방사에 앞서 적응 훈련기간 지내게 될 소방사장 모습.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태범이와 무궁이가 방사에 앞서 적응 훈련기간 지내게 될 소방사장 모습.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봉화=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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