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에 버림받은 미얀마 군부… ‘저항군 말살’ 총력전 임박

입력
2021.10.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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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고립에 '아세안 눈치보기' 폐기?
저항군 캠프 진입로 마을 공격 진행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사무국에 회원국들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AP=자카르타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사무국에 회원국들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AP=자카르타 연합뉴스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무장 저항군을 말살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자신들의 편이라 믿었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마저 등을 돌리자, "더 이상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독기가 오른 군부의 파상공세가 진행될 경우 화력에서 절대적 열세인 저항군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군부는 전날 "26~28일 개최 예정인 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를 대표하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참석을 배제한 16일 결정에 극히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세안의 판단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 외세의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얀마 군부는 아세안의 현 기조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지난 4월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문을 군부가 지키지 않아 도출됐다는 사실과 별개로, 향후 아세안의 중재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지난 12일 미얀마 정부군의 장갑차가 친주 팔람 지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지난 12일 미얀마 정부군의 장갑차가 친주 팔람 지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고립된 군부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전가의 보도인 '무력 사용' 카드를 뽑았다. 우선 이들은 저항군과의 주요 교전 지역에 병력만 보강하던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진격을 위한 군사작전을 본격화했다. 실제로 정부군은 지난 주말 대기 중이던 장갑차와 중무장 병력을 북서부 친주의 팔람(Falam)ㆍ하카(Haka) 지역 등에 투입, 민가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밀림 깊숙이 위치한 저항군 캠프로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진입로에 자리한 마을부터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부 마궤주의 요(Yaw) 지역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친주는 물론 무장 저항이 가장 극렬한 사가잉주와 모두 맞닿아 있는 요 지역은 군수 물자와 병력 이동을 위해 정부군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요충지로 꼽힌다. 최근 요 지역에 추가 파병된 정부군의 진영을 이탈한 한 장교는 "저항군이 방어를 포기하고 도망치더라도 끝까지 이들을 추적해 말살하는 것이 이번 군사 작전의 목표"라며 요 지역에 불어닥칠 피바람을 예고하기도 했다.


미얀마 친주 팔람 지역의 한 마을이 정부군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 친주 팔람 지역의 한 마을이 정부군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대규모 공습을 견뎌야 할 저항군 진영은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시민군 관계자는 "한쪽이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전투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기존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만큼, (미얀마 민주세력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NUG)가 하루 빨리 화력 지원을 진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초소를 지키는 정부군을 상대로 소규모 기습 공격을 벌이던 기존 방식이 아닌, 대규모 토벌 병력을 막아야 하는 방어전은 전투의 규모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취지다.

NUG는 아직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NUG 국방부 측은 전날 "정부군의 진격에 피해를 당하고 있는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화력 지원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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