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의 누아르 '마이네임'… "여성의 복수, 다를 것 같았다"

입력
2021.10.18 18:00
수정
2021.10.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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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언더커버 소재 누아르의 중심에 여성 캐릭터를 세우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언더커버 소재 누아르의 중심에 여성 캐릭터를 세우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한소희, 이 친구 왠지 사고 한번 크게 칠 것 같다'고 무술감독이 얘기하더라고요. 수많은 배우들이 액션스쿨을 오고 갔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는 배우는 오래간만이라더군요."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마약 범죄 조직에 들어가 다시 언더커버로 경찰에 잠입하는 윤지우가 주인공이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의 불륜녀 여다경으로 얼굴을 알린 1994년생 한소희가 맡았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언더커버 소재 누아르의 중심에 20대 여성 배우를 원톱으로 세운 것만으로도 '마이 네임'의 화제성은 충분해 보인다.

"한소희라는 배우가 지금쯤 세상에 액션을 가지고 나온다면 되게 큰 매력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이 배우의 성장을 사람들이 굉장히 멋지게 보지 않을까 싶었죠." '마이 네임'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의 말이다. 18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복수라는 감정이 남성의 전유물처럼 이용돼 왔었는데 여성이 이끌어 가는 드라마라면 다른 느낌으로 한번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넷플릭스 최대 화제작 '인간수업'을 연출한 그가 차기작으로 '마이 네임'을 택한 이유다.

시나리오를 쓴 김바다 작가와 넷플릭스 측은 처음부터 주인공에 한소희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김 감독은 "'다른 역할도 많이 들어올 텐데 한소희가 '설마 할까?' 싶었는데 망설이지 않더라"며 "(촬영하면서도) 얼굴 망가지는 걸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이번에는 나는 액션이야' 하고 그냥 자신을 밀어붙였다"고 했다. 충분히 실감나고 설득력 있는 액션으로 담아내는 건 그의 몫이었다. "여성의 물리적 힘의 한계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상대를 제압할 때 꼭 급소를 타격하는 액션을 짜는 식으로 더 신경을 썼어요. 이 작품에서 액션의 설득력은 곧 캐릭터의 설득력이었으니까요."


지난해 넷플릭스의 최대 화제작인 '인간수업'에 이어 '마이 네임'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 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넷플릭스의 최대 화제작인 '인간수업'에 이어 '마이 네임'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 넷플릭스 제공

이미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2007)'으로 '드라마 폐인'을 낳았던 김 감독은 "언더커버물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소재라서 기시감이 드는 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마이 네임'은 복수를 위해 성인이 되기도 전에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어떻게 보면 인생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영화 '무간도(2002)'가 언더커버물의 정석이라면 "서로가 서로를 알게 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뒷이야기를 다룬 '마이 네임'은 언더커버물의 변칙 내지는 또 다른 정석으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마지막에 전모를 밝히는 식이 아니라 중간 중간 반전이 있는 '마이 네임'의 전개는 기존 언더커버물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마약 조직의 보스 최무진을 연기한 배우 박희순은 김 감독을 두고 "디렉션이 좋은 감독"이라고 했다. "캐릭터는 작가나 연출이 만드는 게 아니라 결국 배우와 만나 완성된다"는 게 김 감독의 평소 지론. 그는 "자기 캐릭터를 가장 많이 연구하고 고민해온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된다"며 "그들이 현장에서 어떤 태도와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나 그 표정이나 느낌을 살피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마이 네임' 시즌2 계획에 대해서는 "하고 안 하고는 작가님과 제작사, 넷플릭스에 달렸다"고 선을 그었다. 청소년 성매매라는 문제적 소재를 정면으로 그린 '인간수업'처럼 그는 "답을 제시하기보단 좋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에 관심이 간다"며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 했더라도 다른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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