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화통화부터 과거사 해법 '평행선' 달린 한일 정상

입력
2021.10.15 22:14
수정
2021.10.15 23: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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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 취임 11일 만에 첫 전화통화
문 대통령 "강제동원 법적 해석 차이 있어"
기시다 "韓에 책임 있는 대응 강하게 요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청와대 제공, 도쿄=AP통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청와대 제공, 도쿄=AP통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총리에게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이전 정부에서처럼 한국 측에 선제적인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 기시다 총리 취임 후 11일 만에 첫 전화통화에서 두 정상이 강제동원 및 위안부 문제 해결책을 두고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기시다 정권에서도 당분간 한일관계 급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 '법적 해석 차이' '피해자 납득' 강조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40분부터 약 30분 동안 전화통화를 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고 했고, 위안부 문제에는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국제법 준수' 강조... 아베-스가 입장 반복

기시다 총리는 통화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인해 매우 어렵다"며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반해 한국의 적절한 대응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조약, 국가와 국가의 관계, 국제법은 잘 지켜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판결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가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으로, 아베-스가 정권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 문제에 한일·한미일 협력 강조했지만...

과거사 문제에는 평행선을 달렸으나 동북아 지역 안보와 북한 대응에 있어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다만 강조점은 서로 달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미대화의 조기 재개와 동시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안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의 중요성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아울러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국 정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인적 교류 재개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간 원활한 교류를 위한 '특별입국절차 재개' 등을 제시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발언과 일본 총리관저 발표에선 특별입국절차 재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꾸준한 의사소통 필요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 대처 등에는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대면회담은 현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취임 후 7번째로 통화한 외국 정상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이면서 한국과의 통화를 중국·러시아 정상보다 미룬 것은 장기화하고 있는 한일 경색 국면을 방증하는 셈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오는 31일 중의원 선거에 앞서 한국에 적대적인 보수층 표심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통화를 미뤘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은별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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