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女 파리시장, 佛 사회당 대선 후보 선출... 좌파 부활 이끌까

입력
2021.10.15 21: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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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고 시장, 당내 경선서 '72% 득표' 압승
친환경·진보 의제 추진, 젊은층서 인기몰이
낮은 지지율은 한계… '사회당 재건'도 부담
대선정국은 마크롱·르펜·제무르 '右 3파전'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 투표에서 내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안느 이달고(가운데) 파리시장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 투표에서 내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안느 이달고(가운데) 파리시장이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우파 정치인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 중도좌파 대표주자로 꼽히는 안느 이달고(62) 파리시장이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사회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것이다. 다만 아직 전국 지지율이 낮다는 건 한계다. 하지만 파리시장 재임 중 친환경 정책 등 진보 의제를 적극 추진해 젊은 유권자들한테 인기가 높은 그가 내년 4월 대선 때까지 ‘사회당의 부활’을 이끌어낼지도 주목할 관전 포인트가 됐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달고 시장은 이날 사회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72%를 웃도는 압도적 득표율로 스테판 르폴 전 농림장관을 꺾고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달고 시장은 승리 연설에서 “환경과 사회 문제에 정책 초점을 맞출 것이며, 모든 프랑스 여성의 목소리도 대변하겠다”고 약속했다.

스페인 이민자 2세인 그는 ‘여성 파리시장 1호’로 유명하다.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여성 최초로 파리시장에 올랐고, 지난해 재선에도 성공했다. 여느 나라의 수도 시장이 그렇듯, 프랑스에서도 파리시장은 대권 도전의 지름길로 여겨진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3선 파리시장이었다.

이달고 시장은 파리시 전역에서 자동차 주행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하고, 내연자동차 퇴출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 정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2015년에는 자전거 도로망도 두 배로 늘렸다. 또 파리 테러(2015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2019년) 등 굵직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대응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우파 후보를 꺾을) 좌파 진영 최고의 저격수’라고 본인을 표현할 때에도 그는 이런 경력을 앞세웠다.

대선 전망이 밝지는 않다. 시정 운영 능력 및 성과와는 별개로,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대선 승리를 꿈꾸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4~7%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2012~2017년 재임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거듭된 실정으로 사회당 자체가 민심을 잃은 탓이 크다. “이달고 시장은 ‘사회당 재건’이라는 거시적 목표도 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녹색당은 이달고 시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녹색당 대선 후보인 야닉 자도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진보 진영 표 분산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달고 시장은 대선 완주를 다짐하며 선거운동을 본격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요한나 롤랭 캠프 관계자는 “이달고는 (대선 레이스 완주에) 매우 단호하다. 선거운동을 통해 그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대선 정국은 중도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 극우 언론인 에리크 제무르가 경합하는 ‘3파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6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24%로 1위를 수성한 가운데, 제무르가 17%를 얻어 르펜 대표(15%)를 밀어내고 2위로 뛰어올랐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 기자, 방송인, 작가로 활동해 온 제무르는 정치 이력이 전무한 데다,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으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슬림을 추방해야 한다” “마약 밀매자들은 흑인과 아랍인”이라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제무르의 주장이 극우 세력의 호응을 얻고 있는 탓인데, 그런 그의 급부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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