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첫 통화, 관계 복원의 출발점 되길

입력
2021.10.16 04:30
23면

문재인(왼쪽 사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청와대 제공, AP 연합뉴스

문재인(왼쪽 사진)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청와대 제공, AP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30분간 첫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양국을 미래 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 말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한일 정상의 첫 통화는 기시다 총리 취임 11일 만에 어렵게 성사됐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진 건 아쉽다.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배상 소송 문제 등에 대한 양국 입장 차도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강제 징용과 관련,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도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네분이므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징용과 위안부 관련 소송에 대한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그럼에도 양국 정상의 통화로 꽁꽁 언 한일 관계를 푸는 전기가 마련된 건 의미가 있다. 당장 해결책이 나오긴 어렵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외교적 공조에 합의하고, 코로나 대응과 한일 간 왕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한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에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기시다 총리가 문 대통령과 정상 회담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한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내민 손을 일본이 계속 외면하는 건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 기시다 총리는 전임 총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적어도 아베 신조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일 관계를 방치하진 않길 바란다. 우리 정부도 기시다 총리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끈 외무상이었던 점을 감안해 이를 존중하면서도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묘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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