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코미디의 부활…개그맨들 웃을 수 있을까

입력
2021.10.18 10:05
'개승자'가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KBS 제공

'개승자'가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KBS 제공


후배들이 많이 힘들죠.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고 대리운전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개그맨 송준근이 지난 3월 MBN '더 먹고 가'에 출연해 남긴 말이다.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했던 그는 무대가 사라지면서 많은 코미디언 후배들이 꿈을 잃었다고 했다.

지상파 3사 KBS, MBC, SBS에는 현재 개그 프로그램이 없는 상태다. MBC '개그야'는 2009년 막을 내렸고, SBS '웃찾사'는 2017년 종영했다.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했던 KBS '개그콘서트' 역시 지난해 역사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후 많은 개그맨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최근 KBS는 개그 프로그램의 부활 소식을 전하며 코미디언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개승자'는 다음 달 13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프로그램명은 '개그'와 '계승자들'을 합쳐 탄생했다.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의 준말이기도 하다. 개그맨들은 팀을 이뤄 다음 라운드 진출과 최종 우승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MBC와 SBS에는 코미디와 관련해 예정된 새 무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MBC 측 관계자는 본지에 "개그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SBS 측 관계자 역시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신 기존 프로그램에 개그맨들이 많이 출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정말 기회의 장일까

혹자는 방송사 무대는 줄어들었지만 유튜브가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개그맨 이창호는 제이호 이호창 등의 부 캐릭터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개그우먼 강유미 역시 ASMR 영상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그러나 유튜브 속 기회는 이제 막 개그계에 발을 디딘 신인에겐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이창호와 강유미도 공채 개그맨 출신이다. 인지도 없이 시작해 개그로 유튜브에서 인정받은 신인은 극히 드물다. 무궁무진한 콘텐츠 속에서 대중이 자신의 영상을 찾아보게 만드는 일조차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였다면 이들에게도 몇 번의 큰 기회가 주어졌을 수 있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으로 사랑받고 있는 유재석은 1991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9세였다. 이수근은 28세에 KBS 18기 특채로 데뷔했다. 방송사는 개그맨 꿈나무였던 두 사람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수많은 무대를 제공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으로 웃을 일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KBS 코미디의 부활에도 숨어있는 제2의 유재석 이수근을 기대해 볼 무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개그맨들, 그리고 대중이 웃기까지 방송가에 큰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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