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홍준표의 운명, 디테일이 가른다… '경선룰 싸움' 일촉즉발

입력
2021.10.14 07:00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 경선서 첫 도입 
한 달 전 윤석열 우세 점쳤지만 현재 박빙 
여론조사 문구·반영 계산식 등 충돌 예상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이 11일 KBS광주방송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불복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집안 싸움의 불씨가 된 ‘경선룰 갈등’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탓이다. 경선 레이스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더 그렇다. ‘여론조사 문구’ 한 글자에도 2강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운명이 확 바뀌게 돼 각 캠프 전략가들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재명과 양자대결 혼전 중인데…

국민의힘은 내달 5일 국민여론조사(50%)와 당원투표(50%)를 합산해 대선후보를 뽑는다. 1~4일 책임당원 대상 모바일ㆍ자동응답전화(ARS) 투표, 3, 4일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실시한다. 1, 2위 후보의 표차가 아무리 적게 나도 결선투표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국민여론조사 룰이 말썽이다. 당은 민주당 후보와 ‘가상 양자대결’을 붙여 본선 경쟁력을 측정할 계획이다. 지난달 초 윤 전 총장 측이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할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지만,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강하게 반발해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었던 절충안이다.

당시는 홍 의원이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바람으로 막 뜨기 시작하던 때다. 때문에 “가상 양자대결에서 홍 의원보다 윤 전 총장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윤 전 총장 측도 홍 의원의 상승세를 ‘반짝 인기’라고 보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 달 사이 판세는 달라졌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12, 13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가상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40.4%)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43.0%) 지지율은 4주 전과 마찬가지로 오차범위(±3.1%포인트) 안이기는 하지만 다소 격차가 있다. 반면 홍 의원(40.7%)은 이 후보(40.6%)와 양자대결에서 박빙으로 치고 올라왔다. 홍 의원은 4주 전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에게 8.3%포인트나 뒤졌다. 수치만 보면 홍 의원이 훨씬 ‘해볼 만한 게임’이 된 셈이다.

이재명(왼쪽 사진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경선이 초박빙 양상으로 진행될 줄 몰랐던 당 지도부는 난감해졌다. ‘본선 경쟁력’ 측정이란 두루뭉술한 표현만 명시해 여론조사 세부 문구를 두고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현재 ①“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A 후보 중 누굴 지지하나” ②“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맞선 국민의힘 후보 중 누가 경쟁력이 있나” 등이 예시로 거론되는데, 응답자가 질문 뉘앙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처음 도입된 가상 양자대결의 반영 계산식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논란거리다. 국민의힘 후보들끼리 경쟁력이나 적합도를 물으면 등수를 매기기 쉽지만, 상대를 가정한 가상대결은 경우의 수가 많아 줄세우기가 쉽지 않다. 가령 A 후보의 지지율이 월등히 높아도 상대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A 후보가 B 후보보다 적을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재질문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된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자에게 ‘그래도 뽑는다면 누굴 택하겠느냐’고 다시 질문을 던지면 대개 중도층ㆍ무당층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 실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에선 재질문 조항을 도입해 오세훈 시장이 덕을 봤다.

국민의힘은 대선주자 캠프와 논의를 거쳐 20일쯤 규칙을 확정할 방침이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측은 “먼저 패를 깔 수는 없다”며 치열한 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후보 4명 중 누가 나가도 이 후보와 가상대결에서 박빙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어 변별력이 없어졌다”면서 “적합도 조사를 다시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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