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신남방·인태전략 연계 '군사 워킹그룹' 추진... 中 견제 수순 밟나

지난달 국방협의회서 美 제안

한미 군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한미 군 당국이 신(新)남방 정책과 인도ㆍ태평양 전략(인태 전략) 연계를 위한 ‘국방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설치를 추진한다. 인태 전략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포위망 구축을 목표로 한 것이라 워킹그룹 출범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 28일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양국은 국방 워킹그룹 신설 방안을 논의했다. 별도의 실무 협의체를 만들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태 전략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자는 취지다. 국방 워킹그룹은 미국이 먼저 제안했고, 정부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간 인태 전략과 관련,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공통점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군사 분야의 협력은 머뭇거려 왔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데 인태 전략의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일본ㆍ인도ㆍ호주와의 4자 협의체인 ‘쿼드(Quad)’는 물론 영국ㆍ호주가 참여한 3각 군사동맹 ‘오커스(AUKUS)’까지 출범시키며 대중(對中) 군사 포위망을 겹겹이 쌓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 워킹그룹이 공식 출범하면 대북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 군사동맹의 범위가 중국 견제로 확장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당국자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정부는 개방성과 포용성, 투명성에 부합하면 어떤 국가나 지역협력체와도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워킹그룹도 중국을 겨냥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워킹그룹의 운영 주체나 출범 시기 등 세부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 워킹그룹 문제가 논의된 KIDD는 한미안보협의회(SCM) 개최에 앞선 준비 회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12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제53차 SCM을 통해 워킹그룹 출범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