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과도한 대북우선정책 탈피해야...美 설득하려면 창의적 접근 필요"

입력
2021.10.14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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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 외교분과>
① 대북정책: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돌파구는

편집자주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은 내년 대선을 맞아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당면 현안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과별로 토론이 진행되며, 회의 결과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대북정책 주요 제안>

1. 대북정책 과도한 우선순위 지양
-비핵화 목표 유지
-정권 교체에도 대북정책 연속성 가지려면 국내 합의 및 미중 등 주변국 외교 선결
-북한을 지역협력 틀 속으로 유도 및 지원 검토(백신 등)

2. 미국설득 위해 창의적 북한담론 제시
-'제2 베트남'론, '성공한 아프간'론, '새 세계질서'론 등 북한이슈에 대한 새로운 국제담론 제시 및 확산 유도
-이를 통해 대북이슈를 미국의 네거티브 어젠다에서 포지티브 어젠다로 전환

3. 북미협상은 패키지 유도
-종전선언, 경제완화, 비핵화 조치, 대북 지원 등을 패키지로 묶어 접근
-선 포괄타결, 후 각론합의 방식

최근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내며 남북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재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일보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 핵심과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한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프로젝트 외교분과 첫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여러 여건상 북미 대화가 조만간 재개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으로 이중기준(북 미사일=도발, 남 미사일=도발억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제시했으나 미국이 이에 화답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바이든 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우선 순위가 아니고 중국도 미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북핵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북 정책에 과도한 우선 순위를 부여하지 말고 주변국 외교와 균형을 맞추되 장기적 관점에서 대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프로젝트 외교분과 첫 회의에서 전재성(가운데)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차기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프로젝트 외교분과 첫 회의에서 전재성(가운데)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차기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외교분과 위원장인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국제정치학회장)는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선 네거티브 의제인 북한 문제를 포지티브 의제로 바꿔야 한다”며 ‘제2의 베트남론’ ‘성공한 아프간론’ ‘새로운 세계질서론’ 등 창의적이고 새로운 국제 담론을 만들어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5일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외교분과 1차 회의에는 전재성 교수,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실장,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이정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송용창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북한 대외 노선 전환했지만, 북미 대화 재개 어려운 상황”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현 국제정치학회장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현 국제정치학회장

전재성 교수=최근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와 동시에 한국에 대해 유화 정책을 펴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8년의 성과를 레거시로 남기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 같다. 현 정부도 남북관계에서 불가역적 성과를 얻으려고 할 텐데, 내년 3월까지 진전이 있을까.

성기영 실장=최근 북한 발표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지난달 29일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노딜 후 시정연설에선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했지만 이번 시정연설에선 그간 대남 성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던 남북합의 이행 촉구가 사라지고 오히려 정상회담까지 거론했다. 굉장히 큰 노선 전환이다. 내외부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문 정부의 마지막 카드가 아닌가’라는 내부 판단을 내리지 않았나 한다. 종전선언 의제를 받는 대신 선결 조건(이중기준,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내걸면서 공을 우리 쪽으로 다시 넘긴 모양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요인이 큰 듯하다. 지난달 왕이 부장이 문 대통령 예방 때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중재자 위상을 과시하며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간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안정적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중국의 의중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재성=미국 측 얘기를 보면, 지난해 7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북미대화 개시 요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됐다는 뭔가를 보여 달라 했는데 ‘대북 적대시 정책의 실체와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성김 대북특별대표의 언급대로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계속 엇박자가 나고 있다. 지난달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합동군사훈련 영구 중단과 전략무기 반입 중지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미국은 ‘김정은의 도발 의도는 명확하다. 핵 국가로 인정받으려 하고 그 와중에 한미 동맹을 이간시키고 내부를 결속하는 4D를 추구한다’고 보고 있다. 미사일을 개발(Development)하고 이를 선전하며(Demonstation) 외교 도구로 삼고(Diplomacy) 국내 정치(Domestic)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아 현재로선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바이든 정부 측도 두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북핵 능력이 계속 증강될 경우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미사일 시험 발사가 가능해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또 북미 협상이 내년 초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중간선거 이후로 넘어가는데 바이든이 재선에 나서지 않으면 북핵 문제가 우선 순위로 올라갈 일이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빅터 차는 지금이 신뢰 구축의 마지막 기회라며 인도적 지원이라도 하자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안보 조치를 취해 달라는 거여서 그 중간쯤에 만남의 계기가 있지 않으면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한국외대 중국학과·북경대 정치학 박사. 현 현대중국학회 편집위원장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한국외대 중국학과·북경대 정치학 박사. 현 현대중국학회 편집위원장

이동률 교수=최근 북중 관계가 긴밀해진 측면이 있다. 지난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북중조약 60주년을 계기로 북한이 훨씬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김정은 입장에선 시진핑 체제 강화에 편승해서 내부 체제를 다지려는 성격이 있다. 어쨌든 중국은 북한에 마지막 남은 기댈 언덕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을 도와주면서도 굉장히 조심한다. 북한이 원하는 만큼 전폭적으로 지원한 적이 없다. 중국 입장에선 대미외교가 우선이다. 북핵 정책은 주 변수가 아니다. 미중 관계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섣불리 북미 대화를 견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을 배제하자‘는 태도는 위험하다. 우리 정부가 지난번 종전선언 논의 때 중국을 뺀다는 메시지를 줘서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


“제2 베트남론 등 북한문제 해결 위한 창의적 담론 필요"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 고려대 사회학과·영국 워릭대 국제정치학 박사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 고려대 사회학과·영국 워릭대 국제정치학 박사

성기영=최근 북중 관계에서 북한이 적극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북중 간 친서나 축전을 보면 늘 강조하는 ’선대로부터의 우호 친선‘ 외에 북한이 꼭 붙이는 게 ’새로운 정세하에서의 사회주의 우호협력‘이다. 새로운 정세란 미중 간 전략 경쟁의 고도화를 말한다. 미군의 아프간 철군 후 북한 외무성이 반미·반제 연대를 강조한다. 여기엔 북한이 미중 갈등에 편승해 단기적 위기를 모면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요인이 상당하다.

전재성=최근 북한이 무력 건설을 합리화하는 논리 중 특이한 것이 ’동북아 국가들의 군비경쟁 속에 우리도 방위개혁을 향상한다‘이다. 남북관계가 아니고 지역질서 속에서 군비경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북한도 나름 미중경쟁 속에서 전략적 방향을 모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 윤영관 서울대 교수가 최근 미국 전문가들과의 회의에서 ‘북한을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북미가 전략동맹을 맺어서 북한을 중국을 견제하는 파트너로 삼자는 것인데 국내에서 나왔던 얘기를 이번에 꺼내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그런 상상력이 없는 듯하다. 정책 자원을 쓸 여유도 없는 것 같다.

이동률=김정은의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축전을 보면 미중경쟁에서 전적으로 중국을 지지하지만 사실 전략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지, 중국이 주 변수는 아니다. 미국이 거기에 응답해 북미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오히려 트럼프 때처럼 중국이 굉장히 당황할 것이다.

이정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정치학 박사

이정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정치학 박사

이정환 교수=일본 입장을 살펴보면 미국에 편승하고 국내 정치에 신경 쓰면서 북한에 요구하는 패턴을 반복하다가 코로나 시대로 끝나버린 상황이다. 기시다 신임 총리가 조건 없이 북한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납치 문제의 선결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취지는 아베 정권 후기부터 나온 입장이어서 긍정적 시그널이라고 볼 순 없다. 일본에서 납치 담론 자체도 변동이 있다. 20년 전에는 확고부동한 북한책임론이었다면 지금은 관계자가 연로해져서 어떻게든 대화를 트자는 얘기가 나온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장애 요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한일 역사인식 갈등 문제가 북일 수교의 구체적 디테일에 장애를 주는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일본이 관여하는 시점에서 한일 관계를 미묘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북정책, 국민적 합의가 있고 주변국과 조율돼야 지속가능”

전재성=노무현 정부 때 10·4선언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됐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무효가 됐다. 국민적 합의가 있고 주변국과 조율돼야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가능하다. 종전선언의 경우 볼턴 회고록을 보면 싱가포르회담 직전 상황이 좋았을 때도 미국은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우리 정부가 스냅백(snap back·제재 복원) 조항을 조건으로 제재 완화를 제안하지만, 미국에선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스냅백이 가능하기 위해선 비핵화 검증 등 다양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스냅백 하나로 북미협상 전체의 동력을 얻기는 어렵다. 종전선언, 경제완화, 비핵화 조치, 대북 지원 등 어려운 문제를 패키지로 다뤄야지 이슈별로 쪼개면 20년간 그랬듯 협상이 진전되기 힘들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연세대 정치학과·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연세대 정치학과·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이승주=협상 차원에서 보면 단계를 축소하는 것이 성과를 낼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다. 다만 북미, 남북 대화가 교착 상태여서 기술적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 초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대화 재개 자체가 어렵다. 처음에는 의미를 덜어내 가능성을 열어 놓고 2단계에서 많은 내용을 패키지로 넣고, 결론 같은 협상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요 당사국의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일을 요하는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과의 협상은 잘되면 수익이 많지만 안 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모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현재 북한은 제재뿐만 아니라 가뭄과 코로나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이 중국산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AZ)를 거부했는데 남은 건 미국 백신이다. 이를 어떻게 인도적 협력으로 전환시킬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단기적으로 북미 양자 차원에서 백신을 매개로 한 협력은 쉽지 않다. 지역 또는 다자 차원에서 현실적 대안을 내는 게 중요한데 한국이 일정한 역할을 해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성기영=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6·12 싱가포르선언 내용이 들어간 건 성과다. 바이든 정부가 선거 기간 보여준 대북인식과 비교해 눈에 띄는 부분이다. 향후 북미 논의가 열릴 때 싱가포르선언에 포함된 북미관계·비핵화·평화체제 등을 동시에 놓고 큰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하나씩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면 북한을 끌어들이기 어려울 듯하다. 그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조금이라도 끌어내는 방법일 것이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협상을 복원하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정치적 의미 정도만 부여하면 조금 공간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 앞에 이중기준 철회 등 중대 과제를 갖다 놓으면서 의미가 과다하게 부여됐다.

전재성=이중기준 철회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북한의 핵 개발과 한국의 무기 개발을 같은 선상에 놓으면 북핵이 정당한 근거가 있다는 걸 한국이 인정하는 격이니 보수나 미국 쪽에선 반발이 나온다. 현 정부 내 종전선언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차기 정부 대북 정책을 논의하면, 우선 완전한 비핵화 목표 자체가 없어질 순 없다. 두 번째는 외교와 대북 정책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번 정부는 외교보다 북한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대미·대중 외교와 대북 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과제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 순위가 낮다는 점이다. 미국 외교정책 전반이 오바마2.0보다는 트럼프2.0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이 북한 문제에 창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다. 차기 정부가 한미동맹 성과를 어떻게 계승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몸값이 올라가고 반대 급부로 미국에 창의적 접근을 요구할 수 있다.

이동렬=북한과 달리 미중엔 북핵 문제는 그렇게 다급한 이슈가 아니다. 우리는 동계올림픽이 기회라고 보지만 중국엔 시진핑 체제 다지기가 빠르게 국내정치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다. 반면 북한은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도발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해야 할 상황 같다.

이승주=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보면 차기 정부가 의지와 신념을 가져야겠지만 현 정부도 차기 정부가 정책을 지속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 외교정책에 대한 대외 이미지는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대북정책에 과도한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인데, 이를 상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협력의 틀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북한을 포함시키는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다자 틀에서 인도적 협력을 할 경우 북미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고 정책의 연속성도 담보할 수 있다. 또 이런 교착상태에선 장기 비전을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핵화 이후 남북관계 설정, 북한 정상화 방안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전재성=미국 행정부에서 북한 이슈는 네거티브 어젠다다. 잘못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 돌리기’인데 이를 포지티브 어젠다로 바꿔야 한다. 예컨대 ‘제2의 베트남론’이 미국을 끌어내는 방법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성공한 아프간론’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데 실패했지만,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 굉장한 성과가 될 것이란 담론이다. 세 번째는 ‘새로운 세계질서론’이다. 민주주의 국가끼리만 정상회의를 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와 이익을 같이 하는 비자유주의 국가도 참여시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미국도 성공한다는 담론이다. 이 중에서 미국이 하나를 채택하면 북한 문제가 긍정적 의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아무리 어려운 일도 전력을 쏟으면 일단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려면 대통령 어젠다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 스스로는 그런 생각을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그런 창의적 담론들을 제안했으면 좋겠다.


송용창 논설위원
정리= 송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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