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무게' 이겨낸 SON의 연속골…중동 원정 체력관리는 숙제

입력
2021.10.13 16:23
수정
2021.10.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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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만 하던' 손흥민, 월드컵 이후 3년 만 연속골
'몸싸움 자랑' 이란 유럽파도 못 뚫은 김민재 수비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에도 늦은 선수 교체 타이밍
유럽파만 고집하는 벤투, 남은 중동 원정엔 다를까

손흥민이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4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4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원정팀의 지옥'으로 불리는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주장 완장의 무게감 때문인지 대표팀에만 가면 골보다 패스에 집중하던 손흥민은 10월 A매치 2경기에서 연속 골을 터뜨리며 '월드 클래스' 면모를 보여줬다. 다만 대표팀은 경기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로 동점골을 내주면서 앞으로 남은 4번의 중동 원정에 숙제를 남겼다.

한국은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집중력이 흔들리며 무승부에 그쳤지만, 손흥민의 선제골은 앞으로 대표팀 경기에서도 월드 스타 'SON'의 활약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손흥민은 세계가 인정하는 공격수다. 하지만 유독 대표팀에서는 골이 터지지 않았다. 먼 이동 거리와 시차 적응 문제도 있지만 주장 완장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손흥민 스스로도 "대표팀에 오면 사람들이 내가 슈팅 안 한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그냥 주게 된다. 찬스 나면 애들한테도 때리라고 한다. 난 막상 때릴 생각을 못 한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하지만 10월 두 경기에서 손흥민은 달랐다. 대표팀의 해결사 역할에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7일 시리아전에 이어 이란전에서도 적극적인 슈팅에 나섰고 결국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A매치 2경기 연속 골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멕시코, 독일전 이후 3년여 만이다. 통산 29번째 A매치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득점 순위를 한국 축구 통산 9위로 끌어올렸다.

김민재는 유럽급 피지컬에도 통하는 철벽 수비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란은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을 비롯해 메흐디 타레미(포르투), 알리레자 자한바흐시(페예노르트) 등 유럽 무대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김민재는 몸싸움이 거친 이들과의 경쟁에서도 편안한 수비를 보여줬다. 패스는 사전에 차단하고 돌파는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하는 이란의 에이스 아즈문을 꽁꽁 묶었다. 아즈문은 한 번의 슈팅을 기록했을 뿐 매번 김민재에게 막히다 후반 45분 교체됐다.

10월 두 경기에서 승점 4점을 추가한 한국은 이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10경기 중 4경기를 치른 가운데 승점 8점(2승 2무)으로 조 2위에 자리했다. 강적 이란과의 다음 대결은 홈 경기여서 한시름 놨다.

다만 남은 4경기가 중동 원정이라는 점은 변수다.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후반전 급격한 체력 저하에 발목이 잡혔다.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둔해졌다.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약한 이재성은 실점의 빌미를 줬다. 아자디 스타디움이 고지대라는 점도 영향을 줬겠지만 벤투 감독이 중동 원정의 체력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략은 성공했을지라도 선수 체력 관리와 교체 타이밍에는 실패했다.

일주일 사이 두 번의 시차 적응을 해야 하는 유럽파 선수의 컨디션 관리는 이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10월 홈과 원정 경기 모두에서 유럽파 중심의 플랜A만 가동했다. 그들이 지쳐 움직임이 둔화했을 때에도 신뢰를 쉽게 거두지 못하며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대표팀은 내달 11일 아랍에미레이트와의 홈 경기 이후 중동 원정 4경기를 치른다. 이들에 맞서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선 중동 원정에 맞춘 선수단 운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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