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우승 권순우 "120점짜리 시즌…내년 아시안게임 金도전"

입력
2021.10.12 16: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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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로 두 번째 ATP 우승한 뒤 금의환향
"시차적응 핑계 대려 했는데 우승, 꿈 같다"
유다니엘 코치와 찰떡 궁합…첫 서브도 좋아져?
"10년 이상 할 테니스, 부담 없이 경기 하겠다"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에서 우승한 권순우가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에서 우승한 권순우가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 점에 120점이요. 저는 올해 ATP투어에서 우승할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랭킹도 앞자리에 5가 적힐지도 몰랐어요. 많은 것을 이룬 한해였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통산 두 번째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정상에 오른 권순우(24·당진시청)가 시즌을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권순우의 얼굴엔 진한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는 "사실 미국 데이비스컵을 하고 바로 건너가 시차 적응이 힘들었다. 시차 때문에 졌다고 핑계 대려고 준비까지 했는데 우승해서 저도 꿈 같은 시간이었다"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보였다.

권순우는 올해 눈부시게 성장했다. 지난달 26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끝난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총상금 48만 달러) 단식을 제패, 2003년 이형택(45·은퇴) 이후 18년 8개월 만에 ATP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밖에도 프랑스오픈 3회전(32강)에 진출했고 한국 선수로는 13년 만에 올림픽 본선 코트를 밟았다. 세계랭킹은 55위(현재 56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2018년 호주오픈에서 메이저 단식 데뷔전을 치른 지 3년여 만이다.

서브가 좋아졌다. 권순우는 "토스나 테이크백 동작을 겨울에 많이 연습했다. 예전에는 스피드에만 신경을 썼는데 최근에는 코스 공략이나 첫 서브 확률을 높이는 것에도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함께한 유다니엘 코치와도 궁합이 좋다. 권순우는 "시합에서 져도 웃으면서 좋게 말씀을 해준다. 격려 때문에 좀 더 마음 편히, 즐기면서 시합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유 코치는 "패배 이후 변명거리만 찾으면 고쳐야 할 것을 못 볼 때가 많다. 패배를 받아들여야 배우는 게 많다. 우리는 경기 밖에서 제가 본 것, 경기 안에서 (권)순우가 본 것을 함께 맞춰보면서 부족한 것을 채우며 다음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기대 이상의 시즌을 마친 권순우는 이제 동계훈련에 들어간다. 1월 호주오픈이 당장의 목표다. 권순우는 아직 호주오픈 1회전의 벽을 넘어보지 못했다. 그는 "호주오픈에 포커스를 맞추고 동계훈련을 하겠다. 팬 여러분께 좋은 활약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도전한다. 그는 "중요한 대회들이 많지만 가능하다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그래야 제 투어 생활이 좀 더 자유로워질 거 같다. 내년에는 아시안게임을 중점에 두고 준비할 것 같다"고 말했다.

ATP 250시리즈 우승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권순우의 눈은 이제 그 이상을 향해 있다. 하지만 이전보단 여유를 갖고 즐기며 가보려 한다. 그는 "경기는 1년에 40개 까지도 있다. 내년부터는 25~30개 이상 대회에 출전하려 한다. 매주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한 주 못 했으면 좀 더 준비해서 다음 주 우승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부담을 갖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형택을 능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제법 당돌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테니스를 올해, 내년하고 말 것도 아니고, 저는 몸 관리를 잘해서 10년, 20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번에 ATP 250시리즈를 우승했으니까 다음은 500시리즈 우승, 그다음에는 1000시리즈 우승, 그리고 메이저까지 바라보고 싶어요."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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