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종이 지로의 '대변신'..."오픈 지로, 비번만 누르면 요금납부 OK"

입력
2021.10.12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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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인터뷰
이달부터 통신·가스요금에 오픈 지로 적용
"오픈 지로, 수수료 싸고 이용자는 편리"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7일 서울 강남구 금융결제원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7일 서울 강남구 금융결제원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은행에 가지 않거나 각종 금융 시스템에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세금과 기부금 납부 등이 가능해집니다. 지로의 재발견이죠."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금융결제원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최근 사용처가 크게 확대된 '오픈 지로' 서비스의 장점을 소개하기 바빴다.

그는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던 종이 지로나 인터넷 지로와 비교해 오픈 지로는 소비자 편의성이 크게 확대된 것이 특징"이라며 "지난 1일부터는 SK텔레콤 통신 요금과 도시가스 4개사(속초·원주·영동·충북) 요금 납부에 오픈 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향후 비대면으로 요청하기 어려운 교회 헌금이나 기부금 등에도 오픈 지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공개한 뒤, "금융결제원이 오픈 지로 서비스 확대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달부터 통신 요금, 도시가스 요금 납부에 적용된 오픈 지로는 어떤 서비스인지.

"오픈 지로는 새로운 요금 납부 방식이다. 고객이 카카오 알림톡, 안심 문자 메시지를 통해 청구 요금을 안내받으면 회원 가입, 본인 인증 절차 없이 계좌번호,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요금을 낼 수 있다. 만약 통신회사가 고객 계좌번호 정보를 이미 갖고 있다면 비밀번호만 입력해도 납부할 수 있다. 40년 넘은 지로 서비스의 명맥은 유지하면서도, 통신 기술과 모바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요즘 MZ세대에게 지로 서비스는 다소 생소하다. 발전 과정을 소개해 달라.

"1977년 한국전력이 서울 전기 요금을 종이 고지서를 통해 수납하면서 지로 서비스가 탄생했다. 지로는 모든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고 예금 계좌나 현금만으로 요금을 납부할 수 있어 부도, 위변조 위험이 없는 안전한 지급 수단이다. 그뒤에는 신문, 우유 등 대표적인 생활요금 납부 수단으로 널리 사용됐다.

2000년 금융결제원은 종이 고지서 중심의 지로 서비스를 넘어 인터넷 지로를 새로 실시했다. 기존처럼 종이 고지서를 들고 은행에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접속해 요금을 내는 게 가능해졌다. 인터넷 지로는 요금 청구기관 비용을 줄이고, 납부자 편의를 높이고, 은행 창구 수납 업무를 경감하는 효과를 냈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7일 서울 강남구 금융결제원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이 7일 서울 강남구 금융결제원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오픈 지로가 나오게 된 배경은.

"기존 금융 서비스는 고객이 찾아와주길 바라는 공급자 중심이었다. 오픈 지로, 오픈뱅킹 등 최근 금융결제원이 내놓는 개방형 서비스는 이런 반성에서 시작됐다. 우리 플랫폼과 서비스를 고집하지 않고 카카오톡 등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여러 서비스에 우리 서비스를 접목시키자는 것이다.

생활요금 지로 납부 건수가 2010년대 들어 연평균 9.7%씩 감소한 '지로의 위기'도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납부 플랫폼을 고민하게 된 배경이다. 그 결과 간편결제 수준의 편의성을 지닌 오픈 지로 서비스가 나왔다. 다만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계층에겐 종이 고지서가 여전히 중요한 요금 납부 수단이다. 금융결제원은 보편적 금융 서비스까지 고민해야 해 종이 고지서를 유지하고 있다."

-토스 등 간편결제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오픈 지로의 강점은.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수수료다. 종이 지로, 인터넷 지로를 통해 우유 대금, 신문 구독료 등 각종 요금을 저렴하게 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오픈 지로는 기존 지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보다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또 시중은행, 서민금융기관, 인터넷은행, 외국계은행, 증권사 등 거의 모든 금융회사가 지로 서비스 회원사인 점을 고려하면 평소 사용하는 계좌와 오픈 지로를 연동해 어떤 요금이라도 납부할 수 있다. 카카오 알림톡, 안심문자 메시지를 활용해 청구요금이 고지돼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도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 압수수색에 착수하고 있다. 뉴스1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 압수수색에 착수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미등록 선불업자인 '머지포인트 사태'가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켰는데 재발 방지책은.

"선불충전은 이미 은행 예금계좌 수준으로 화폐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취약한 게 사실이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신규 지급 서비스가 얼마나 큰 혼란을 낳는지 보여준 사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이런 선불사업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용자 예탁금 외부 예치 △이용자 우선변제권 보장 △지급거래 외부 청산 등 이용자 보호 3종 세트를 담고 있다. 외부 청산은 제3의 시스템에 선불사업자 거래를 기록·검증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다. 오랜 기간 금융회사 간 청산 업무를 수행한 금융결제원은 최적의 외부 청산 실행 기관이다."

-공인인증서 폐지로 다양한 인증 수단이 나오고 있다. 공인인증서 사업을 해온 금융결제원의 대응 방향은.

"금융결제원은 공인인증 제도 폐지에 따라 기존 인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금융인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10개월 만에 발급 건수 850만 건, 일평균 이용 건수 250만 건 등을 달성했다. 안전성을 기본으로 기존 공인인증 체계를 바탕에 둔 편의성을 더해 경쟁력을 높인 결과다."

금융결제원은.

금융결제원은 금융 서비스 이용 고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지급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하는 지급결제 전담기관이다. 설립 초기부터 수행한 어음 교환, 지로 업무 외에 금융회사 간 실시간 계좌이체를 가능토록 한 금융공동망 구축·운영, 인증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든 은행의 계좌이체 시스템을 개방하는 오픈뱅킹 환경을 제공해 은행, 핀테크기업, 이용자가 쉽게 금융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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