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신' 이라크 조기총선서 역대 최저 투표율… "반미 강경 정파 압승 예상"

입력
2021.10.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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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투표율 41%, 2003년 이후 총선 중 최저치
이라크 정치에 실망한 젊은층·중산층 대대적 기권?
반미 강경 정파 현 정권 압승해도 합법성 얻기 어려워

10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한 여성이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를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10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한 여성이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를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조기 총선이 치러진 이라크에서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현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젊은층과 중산층의 투표 거부운동(보이콧)이 기권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하지만 반미 강경 정파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권 교체에는 실패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이라크 독립고등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총선 잠정 투표율이 41%라고 발표했다. 2003년 물러난 사담 후세인 정권 이후 치러진 다섯 번의 선거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전 최저치는 2018년 총선 투표율인 44.5%다.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 경제 위기 등으로 젊은층이 대거 기권하면서 투표율을 끌어내렸다. 영국 가디언은 "젊은층들은 투표 참여가 민생 파탄 주범인 정권 유지를 지탱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젊은층들이 늘어나면서 투표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10일 이라크 나자프에서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지지자들이 총선 승리를 예상하며 기뻐하고 있다. 나자프=AFP 연합뉴스

10일 이라크 나자프에서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지지자들이 총선 승리를 예상하며 기뻐하고 있다. 나자프=AFP 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는 167개 정당에서 총 3,200여 명의 후보가 출마해 329개 의석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외신들은 이번 선거 결과 민족주의 성향의 ‘알사이룬 정파’가 압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주도하는 이 정파는 현재 의회 다수당이다. 이라크 현 총리인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역시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선은 2019년 10월 시작된 반정부ㆍ반부패 시위대의 요구에 따라 애초 예정된 2022년 5월보다 반년 가량 앞당겨 실시됐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가들 대부분이 망명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 역시 상당수가 암살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기 총선이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24는 "그간 수 개월에 걸쳐 반정부 인사 600여명이 숨졌다"며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라크 젊은층들이 기권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토디 닷지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는 합법성이 거의 없을 것이고, 이라크가 직면하고 있는 고질적인 정치적·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답도 분명히 없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번 선거를 성공한 것으로 여긴다면 선거운동 기간 끈질기게 이어진 폭력 사태와 기권을 한 젊은층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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