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입력
2021.10.08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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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개발이익 환수가 비리 온상 제공
개발부담금 강화로 초과이익 거둬들이고
도 넘는 개발이익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익률이 놀랍긴 하지만 대장동 사건이 아주 새롭지는 않다. 체계적인 국토개발이 시작된 1970년대부터 이런 개발사업은 늘 정·관·민이 뒤엉킨 비리의 결정체였다. 대선 국면과 맞물려 정치적인 파장이 커진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17년여 대장동 개발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지금 집중 타깃이 된 특정 대권 주자 문제만도 아니다. 개발 사업으로 한몫을 챙기려는 세력과 그 주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를 비호하는 기득권 집단은 예나 지금이나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검경 수사는 사업 시행 과정의 비리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불법의 실태를 밝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장동이 새삼 환기시킨 개발 이익의 적정 배분 문제다. 성남시는 대장동의 경우 앞선 위례 신도시 사업에서 지분율에 따른 배분으로 환수액이 줄어든 경험을 바탕으로 아예 확정이익을 그것도 선납 받는 형태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 규모가 5,500억 원을 넘는다니 이익 환수가 허술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결과적인 평가라 하더라도 소수의 민간업자에게 막대한 액수의 배당이 됐다는 건 이상한 일이고 문제 삼기에 충분하다. 성남시는 과반의 지분을 가진 사업자였고, 치밀하게 설계하였더라면 더 환수할 수 있었을지 모를 이익을 놓친 공적 책임이 없지 않다. 사업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안이 제시됐다 삭제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 “모르겠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개발로 이처럼 막대한 이익이 생기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열려 있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앞으로 계속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대표적인 법제의 하나가 개발부담금이다. 1990년 시행 당시 50%이던 개발부담금 비율은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면제를 거쳐 25%로 낮아졌다. 이후에도 일시 부과중지 등 유명무실한 적이 있었고 2014년 법 개정으로 계획입지사업 20%, 개별입지사업 25%로 다시 낮아져 지금에 이른다. 애초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런 낮은 이익 환수가 잘 만하면 개발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구조를 온존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개발부담금 비율을 적어도 법 도입 당시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우선 급하다. 한발 더 나아가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개발 이익은 토지공개념의 헌법 정신에 기초해 전액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같은 고정 환수율은 이익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개발 수익 또한 커지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아예 산업별 영업이익률 (6~8% 정도) 평균을 넘어서는 개발 이익을 전액 환수하자는 것이다.

마침 이 정부 들어 토지공개념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 대권 후보들은 이미 여럿 토지공개념 3법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0여 년 전 노태우 정부에서 도입했다가 일부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유명무실해졌지만 필요하다면 개헌으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보수 정당이나 언론조차 낮은 이익 환수를 문제 삼고 나서는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

전체 가계가 보유한 토지의 77% 이상을 상위 10%가, 법인 토지의 76%를 상위 1%가 갖고 있다. 전형적인 불로소득인 자산 양도 차익은 최근 10여 년간 1,200조 원을 헤아린다. 자산 편중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소득 양극화와 심리적 박탈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대 수익을 노린 투자와 투기가 갉아먹을 사회적 기회비용 또한 엄청나다.

대장동의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 정치 공방이 한창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또 다른 대장동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 주인은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려는 이런 노력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세력 중에서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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