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DSR 규제 앞당긴다' 예고에… 저소득층·자영업자 '덜덜'

입력
2021.09.29 17: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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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 확대, 9월 가계대출 보고 최종 결정
연 소득만큼 대출액 산정, 서민에 더 타격
"대출 한도 감소할 수 있는 취약층 지원 검토"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면서 자금 조달이 막힌 실수요자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에 부착된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면서 자금 조달이 막힌 실수요자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에 부착된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소득만큼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의 조기 시행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출을 계획하고 있는 서민들이 떨고 있다. 금융권이 가계부채 연간 관리 목표를 지키기 위해 대출 한도를 조이고 있는 가운데, DSR 규제까지 강해지면 돈을 빌리기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DSR 규제 1단계 효과 없자, 조기 확대 운 띄운 고승범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차주별 DSR 40% 규제는 3단계에 걸쳐 도입된다. DSR 40%는 연소득 대비 대출 원금·이자 상환액을 40%로 제한하는 규제로 소득이 적을수록 대출 한도도 낮아진다.

지난 7월부터 1단계 DSR 규제는 부동산 규제지역 내 6억 원 초과 주택을 구매할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 먼저 적용됐다. DSR 40% 대상은 이어 내년 7월(2단계), 2023년 7월(3단계)부터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더한 총 대출액이 각각 2억 원, 1억 원을 웃도는 차주로 넓어진다.

고 위원장은 "다음 달 내놓을 가계부채 추가대책은 상환 능력 평가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히면서 DSR 규제의 조기 시행 가능성을 높였다. 1단계 DSR 규제가 가계부채 제어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DSR 사정권 ①저소득층 ②지방 아파트 ③자영업자 ④농어민

금융위는 다음 달 나오는 9월 가계대출동향을 살펴보고 DSR 규제를 앞당길지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가 진정세를 보일 경우 DSR 규제는 이르면 내년 1분기에 2단계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는다면 대출 열기를 식히기 위해 2단계를 연내 도입할 가능성도 일부 있다. 다만 연말까지 3개월 남은 시점에서 차주가 대비할 시간 없이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조5,000억 원으로 전월(15조3,000억 원)보다 작아졌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다.

DSR 규제가 앞당겨지면 서민 중 저소득층, 지방 아파트 구매자, 자영업자가 특히 타격받을 전망이다. 금융위 추계 결과 연봉 2,000만 원 직장인은 DSR 40% 적용에 따른 만기 20년 주담대 한도(금리 2.5%·다른 대출 없다고 가정)가 1억2,600만 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3억1,500만 원까지 주담대를 빌릴 수 있는 연봉 5,000만 원 직장인보다 절반 넘게 쪼그라든다.

부동산 비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사려는 차주도 불리해진다. 비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는 규제지역과 달리 DSR 규제를 아직 적용받지 않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 따져 집값의 70%다. 하지만 DSR 규제 조기 시행 시, 앞선 연봉 5,000만 원 직장인이 지방에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대출 한도는 3억5,000만 원(LTV 70%)에서 3억1,500만 원(DSR 40%)으로 줄어든다.

현금 거래가 많아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자영업자도 실제 버는 수준에 비해 대출 한도가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소득 증명이 쉽지 않은 농어민 역시 DSR 규제 강화로 돈을 적게 빌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 규제가 빨리 확대되면 저소득층, 지방 거주자들이 가장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수도권 중산층 주담대는 LTV 규제를 워낙 강하게 받고 있어 DSR 규제가 확대되더라도 영향이 적을 것"이라며 "DSR 규제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 수 있는 취약층에 대한 지원책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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