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은퇴 준비하던 메르켈, 총선 하루 전 '구원등판' 나선 까닭은

입력
2021.09.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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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獨 총선 앞두고 라셰트 지지호소
"합동연설, 오히려 역효과 날수도" 분석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당 연합총리 후보가 25일 독일 아헨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아헨=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당 연합총리 후보가 25일 독일 아헨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아헨=AP 연합뉴스

16년의 집권을 마치고 정계를 은퇴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선을 하루 남기고 마지막 선거운동에 나섰다. 그간 선거와 거리 두기를 하며 ‘저자세’ 모드를 취했지만, 자신이 속한 중도우파 진영이 라이벌에게 밀리면서 정권교체 위기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막판 ‘구원 등판’했다. 다만 그의 ‘유권자 표심 잡기’가 당에는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5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이날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 연합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의 지역구 아헨으로 달려갔다. 독일은 26일 ‘포스트 메르켈’을 결정하는 총선을 치른다. 이번 총선을 “여러분의 미래, 여러분의 자녀와 부모들의 미래에 관한 선거”로 규정한 그는 독일의 미래를 위해 보수연합에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라셰트 후보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 새로운 절차 마련과 시민사회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라셰트는 이런 도전에서 (각 부문 간) 다리를 놓을 후보”라고 힘을 보탰다. 전날에는 독일 우파진영의 본산 뮌헨을 찾아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집중 공략하기도 했다.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은퇴를 준비하던 메르켈 총리가 막판에 선거 한복판에 뛰어든 것은 보수연합의 지지율이 사민당을 마지막에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37%에 달했던 기민ㆍ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기민당 대표인 라셰트가 메르켈의 뒤를 이을 총리 후보로 정해진 뒤 20%까지 추락했다.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이 2~3%포인트 차로 기민·기사당 연합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셰트는 총리 후보로 지명될 당시부터 기사당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에게 인기에서 한참 밀리는 등 약체 후보로 꼽혔다. 지난 7월에는 서부 독일의 홍수 피해 현장에 갔다가 라셰트가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연합당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반면 라이벌 사민당의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는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잘 대처했다는 평가 속에 안정적 이미지를 쌓아왔다.

여전히 인기가 높은 메르켈의 ‘구원 등판’이 기민ㆍ기사당 연합에는 오히려 패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스카 니더마이어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AFP통신에 “메르켈은 여전히 가장 사랑 받는 정치인”이라며 “합동유세는 유권자들에게 라셰트보다 메르켈이 (총리직에 여전히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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