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정말 골목 상권을 죽였나

입력
2021.09.25 00:00
22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 주가가 폭락했다. 엔씨소프트는 대표작 '리니지'의 우수한 수익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더 높은 수익을 위해 과금 정책을 무리하게 확대한 데다가 최근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이 크게 번지면서 민심을 잃었다. 이에 더해 신작 '블레이드&소울 2'의 흥행까지 저조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때에만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단기간에 대체 불가능한 기간산업이 아닌 이상 왕좌를 차지할 경쟁자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영원할 것 같았던 대기업도 휘청거리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목도해왔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추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 규제가 아니더라도 자연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최근 카카오, 네이버 등 빅 테크 플랫폼 기업 규제로 국회가 시끄럽다. 빅 테크 기업은 많은 사용자와 높은 브랜드 파워로 우리들 삶에 쉽게 녹아들었다. 이미 사용자를 선점한 거대 플랫폼을 시장의 힘만으로는 견제하기 어렵기에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소상공인, 이익집단, 이미 규제를 받고 있는 기존 대기업과의 형평성 등 다양한 주체와의 이해관계도 무시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다만 논의의 초점이 '탐욕의 거대 기업 vs. 선량한 골목 상권'의 1차원적 구도로 흐르지는 않기를 바란다. 선악 구분을 정해놓고 '빅 테크 길들이기'를 하면 생산적인 논의보다는 여론 몰이, 표 몰이식 접근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그보다는 논의의 중심에 소비자를 놓고 어떤 방향이 소비자를 위해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 택시를 타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고 나서는 택시에서 과거에 왕왕 하곤 했던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쓸데없이 길을 돌아가는 경우도, 듣기 싫은 라디오, 관심 없는 정치 이야기나 성희롱성 발언을 기사로부터 들은 적이 없다. 별점과 리뷰 평가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기사들이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지양한 결과다. 수십 년간 택시 업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카카오 택시 시스템이 해결해냈다.

배달은 어떠한가.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배달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이 향상된 것도 분명하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배달 음식이라고 더럽다거나 맛이 형편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음식점들은 좋은 리뷰를 받고 랭킹 상위에 위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금융 서비스는 어떠한가? 넘치는 전문 용어, 복잡한 우대 조건, 결제를 포기하게 만드는 공인 인증서, 수십 년간 문제라고 지적되었으나 기존 금융 기업이 풀어낼 의지가 없던 지점들을 테크 기업이 진출해 풀어냈다. 그 결과 이제는 기존 금융 기업도 소비자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용자를 가진 플랫폼 기업과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상공인은 상생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의무이며 그 의무가 지켜지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단순한 선악 대결을 하기보다는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건강한 토론이 이어지길 바란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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