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미·프 정상회담... 오커스로 틀어진 관계 복원될까

입력
2021.09.23 09:05
수정
2021.09.23 15:3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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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공개 협의했다면 상황 더 나았을 것"
본국 소환됐던 프랑스 대사도 복귀하기로
백악관 "우호적인 통화... 관계 정상 희망해"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뉴욕에서 오커스(AUKUS) 참여국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뉴욕에서 오커스(AUKUS) 참여국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발족으로 갈등을 빚었던 미국과 프랑스가 대화를 시작했다. 양국 정상은 전화통화를 하고 내달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프랑스는 오커스 출범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자국으로 소환했던 미국 주재 대사도 다음 주 워싱턴으로 복귀시킬 방침이다. 양국 간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동맹 관계 복원을 위한 사태 수습 국면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커스 발족 이후 처음으로 통화한 뒤 공동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성명을 통해 “양국은 동맹과 공개 협의를 했다면 이번 상황이 더 유용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전화통화는 미국의 ‘프랑스 달래기’ 행보로 보인다.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틀을 포함해 이 지역에서 프랑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서양 및 세계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상호보완적인, 더욱 강력하고 능력 있는 유럽 방위의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그간 꾸준히 주장해 온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다음 달 말 대면 정상회담도 추진한다. 성명은 “다음 달에 두 정상이 유럽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신뢰를 보장하고 공동 목표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안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시점과 장소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로마에서 10월 30, 31일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지난 17일 자국으로 소환했던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에게 다음 주 중 워싱턴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호주는 오커스 발족(15일)과 함께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받기로 하면서 기존에 프랑스와 맺었던 560억 유로(약 77조 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계약을 파기했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고 반발하며 호주와 미국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프랑스가 핵심 동맹이자 우방인 두 나라에서 근무하는 자국 대사를 소환한 건 전례가 없는 일로, 그만큼 오커스 출범 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된 데 대한 불만이 컸던 셈이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미국 대사 복귀’ 명령은 프랑스가 입은 자존심의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정상 간 통화가 30분간 우호적으로 진행됐다“면서 미국과 프랑스 간 관계 정상화로 향하는 단계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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