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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승진율 76%’ 범정 수장… 윤석열 검찰선 위험한 자리?

입력
2021.09.28 10:00
수정
2021.09.28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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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손과 발' 인식…출세 코스 '눈도장'
범정기획관 역대 21명 중 16명 검사장 승진
'고발 사주' 사건 탓 리스크 부각…?'찬밥 신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16일 오전 대구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16일 오전 대구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1999년 초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임명된 서영제 전 대구고검장 등 역대 대검 범죄정보 담당부서(범정) 수장 21명(아직 승진대상이 아닌 김유철·손준성·강지성 검사 제외) 중 검사장 승진자는 무려 16명이다. 범죄정보기획관을 모시는 범죄정보1·2담당관 출신으로 범위를 넓히면 검사장 승진자는 훨씬 많아진다.

이처럼 차장검사급이 임명돼 온 대검 범죄정보기획관(현 수사정보담당관) 자리는 검찰 내 확실한 승진 코스였다. 대검 중수부장 직속 수사기획관, 공안부장 직속 공안기획관도 대검 내 요직이었지만, 내밀한 정보를 다루는 범죄정보기획관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자리로 여겨졌다. 여러 논란으로 조직이 축소되다가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차 타격을 입은 지금과는 다른 위상이다.

검사장으로 승진한 16명 중 고검장급 자리에 오른 인사도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등 8명이나 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인사들도 범죄정보기획관을 출세의 발판으로 삼았다.

범정은 최근까지도 '다방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가는 곳'으로 통했다. 특히 검찰총장이 가장 믿을 만한 인물이 임명된다는 게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졌다.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비밀리에 지시를 따르는 업무 특성 때문이다. 2011년 한상대 검찰총장이 자신의 측근인 진경준 전 검사장을 범죄정보기획관에 앉히려다가 법무부 장관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검찰총장이 인사 때마다 챙기려는 1순위 보직으로 꼽힌다.

범정의 위상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한풀 꺾였다. 검찰총장 사조직이란 이미지가 강한 데다 사찰 논란까지 겹치면서 범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 그렇다고 현 정부가 과거 범정 출신 검사들을 홀대한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오수 검찰총장은 각각 범죄정보2담당관과 범죄정보1담당관 출신이고,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고 있는 이정수 지검장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냈다.

잘나가던 범정이 본격적으로 집중 포화를 받게 된 시기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취임 이후였다. 윤 전 총장의 첫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임명됐던 김유철 부산고검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여권의 대립 구도 속에서 여권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그는 임명 6개월 만에 윤 전 총장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체된 뒤 줄곧 한직에 머물고 있다.

김유철 검사 후임자로 자리를 꿰찬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역시 6개월 만에 잘릴 뻔했지만, 윤석열 전 총장의 요청으로 간신히 자리를 보존했다. 대신 수사정보정책관 자리는 부장검사급도 올 수 있는 수사정보담당관으로 격하됐다. 손 검사는 이후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책임자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번엔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까지 받게 됐다.

범죄정보기획관 출신의 전직 검찰 간부는 "검찰총장의 손과 발 역할을 하다 보니 출세가 보장된 자리이지만, 리스크가 큰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 공격을 받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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