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동맹 규합 美 겨냥 "제로섬 게임 지양하고 다자주의 실천해야"

입력
2021.09.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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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급 없었지만 美 바이든 우회적 비판
유엔 기조연설서 미중 정상 설전 주고 받아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 화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사전 녹화 영상으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섰다. 뉴욕=AP 연합뉴스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 화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사전 녹화 영상으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섰다. 뉴욕=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연일 동맹을 규합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확실히 하는 등 세계 패권을 다투는 두 정상은 서로를 겨냥한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 받았다.

시 주석은 21일(현지시간) 사전 녹화된 유엔 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한 나라의 필연적인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쿼드(Quadㆍ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격상에 이어 미국ㆍ호주ㆍ영국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까지 설립하며 중국 견제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동시에, 대(對) 중국 압박 기조를 바꿀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의 전매 특허가 아니라 각국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한 뒤 “최근 국제정세 전개 과정은 외부의 군사적 간섭과 이른바 민주 개조(改造)라는 것이 엄청난 후환을 초래한다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또 “상호존중과 공평정의, 협력과 상생의 신형국제관계를 건설하고, 이익의 접점을 넓히고, 최대의 동심원을 그려야 한다”면서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타국을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으며, 군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미군 철수로 종지부를 찍은 아프가니스탄 20년 전쟁 여파를 에둘러 언급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날 연설에서 “동맹과 우방을 옹호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대국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며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두 정상 모두 연설 내내 ‘중국’이나 ‘미국’이란 단어를 단 한번도 언급하진 않았지만, 서로를 향한 날 선 발언을 주고받은 셈이다.

한편 시 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방침도 밝혔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청정 에너지 및 저탄소 에너지 개발을 돕겠다”며 해외에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 인프라 건설 지원을 포함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소 건설에 돈을 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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