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1,428마리...페로제도 돌고래 사냥의 비참한 최후에 경악

입력
2021.09.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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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령 페로제도 전통의 '돌고래 사냥' 논란
"하루 만에 죽은 돌고래 수로는 역사상 가장 많아"
비판 쏟아지자 페로제도 정부도 "규제 재검토"

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가 공개한, 12일 페로제도에서 대규모 사냥을 당한 대서양낫돌고래 모습. 이날 죽은 돌고래 1,428마리는 페로제도에서 하루 동안 죽은 돌고래 수로는 역사상 가장 많다. AP 연합뉴스

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가 공개한, 12일 페로제도에서 대규모 사냥을 당한 대서양낫돌고래 모습. 이날 죽은 돌고래 1,428마리는 페로제도에서 하루 동안 죽은 돌고래 수로는 역사상 가장 많다. AP 연합뉴스

북대서양에 위치한 덴마크령 자치국 페로제도에서 매년 열리는 '고래잡이 축제'가 격렬한 비판을 받자 정부도 "돌고래 사냥 관련 규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페로제도의 바르우르 아스타이닐센 총리는 "돌고래 사냥을 들여다보고 페로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가 대서양낫돌고래(Atlantic white-sided dolphin) 사냥에 관한 규제 평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환경보호단체 '시 셰퍼드'가 12일 페로제도에서 열린 대규모 돌고래 사냥 당시 사진과 영상을 15일 대중에 공개하면서 해외는 물론 페로제도 내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지자 내놓은 입장이다. 온라인에는 돌고래가 해변에서 상처를 입은 채 죽어가는 사진과 영상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다는 전 세계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시 셰퍼드는 "이날 총 1,428마리의 대서양낫돌고래가 몰이 끝에 죽임을 당했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고래류 단일 사냥 중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미 돌고래 사냥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 타이지 마을의 고래 사냥 규모와 비교하면서 "이는 일본 정부가 타이지에 부여한 6개월 할당량보다 많을 뿐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타이지의 고래 사냥철에 벌어진 실제 사냥 규모와 비교해도 더 많다"고 지적했다.



페로제도 정부 공식 트위터 캡처

페로제도 정부 공식 트위터 캡처

페로제도에서는 둥근머리돌고래(pilot whale) 사냥 풍습이 바이킹 정착 이래 최소 천년 동안 유지돼 왔고, 대서양낫돌고래는 전통까지는 아니지만 이와 함께 잡는 종이었다. 고래 고기는 페로제도 주민들의 식량 공급원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12일 사냥은 ①고래를 고통 없이 죽이는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전문성 없는 이들이 참가했다는 점 ②올해 이미 한 차례 대규모 고래 사냥이 있었음에도 다시 열린 점 ③필요 이상으로 돌고래를 사냥해 시체가 아무렇게나 버려질 우려가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페로제도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특히 대서양낫돌고래는 2020년 한 해 동안 35마리, 2019년에는 10마리가 잡히는 등 거의 사냥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통이라고 볼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페로 제도의 돌고래사냥협회 측은 "이날 사냥이 지나쳤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종 보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 셰퍼드는 "낫돌고래뿐 아니라 둥근머리돌고래 사냥에 대해서도 검토에 나설 수 있도록 꾸준히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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